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논란’ 중국 현지 매체도 보도(종합)

by이명철 기자
2024.03.28 16:11:46

대사관 주재관, 모욕적 언행 당했다며 정 대사 신고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창, 대사 역임시 ‘불통’ 지적도
정 대사측 “일방 주장만 보도, 사실관계 조사 있을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일명 ‘갑질’로 외교부에 신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외교부는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고 정 대사측은 관련 보도들이 일방적인 주장만 담았다며 반박했다. 중국 현지 매체도 이번 논란에 관심을 갖고 인용 보도하고 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사진=주중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27일 당국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주중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주재관은 이달초 정 대사를 갑질 명목으로 외교부에 신고했다.

한국일보와 한겨레 등은 정 대사가 해당 주재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언행을 했으며 그는 정 대사의 발언을 녹음해 외교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주재관은 한국 내 부처에서 중국으로 파견됐으며 이전부터 수차례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의미한다. 주요 유형별로는 법령 위반, 사익 추구, 부당 인사, 비인격적 대우, 기관 이기주의, 업무 불이익 등이 있다.

외교부는 감찰담당관실에서 갑질 피해신고·지원 센터를 운영한다. 갑질 신고를 받으면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경미한 사안인 경우 사건을 종결하고 심각하면 징계나 수사 의뢰 등 조치한다.

정 대사에 대한 갑질 신고와 관련해 외교부측은 “주중국대사관 관련 제보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외교부는 우리부 직원의 갑질 등 비위행위 발생시 공정한 조사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정 대사가 신고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중 한국대사관측은 ‘갑질 신고 언론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3줄짜리 입장문을 배포했다.



입장문은 “언론의 보도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조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 바 현 단계에서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자의 명예가 걸려 있는 바 추측 보도의 자제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관련자가 갑질 신고 제보자인지 정 대사측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정 대사는 지난 2022년 8월 1일 취임해 현재까지 직함을 맡고 있다. 2022년 6월 주중국대사로 지명됐을 당시 미국 브라운대에서 중국사, 중국 정치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통으로 불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 충암고 동창이며 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비롯해 중국 고위급과 만남이 뜸하다며 불통을 지적하는 보도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중대사관측은 언론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특파원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중간 의미 없는 협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온라인 홈페이지. 초록색 안에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 대한 제목의 기사가 링크로 게시돼있다. (사진=환구시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정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번지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온라인을 통해 “한국 언론 폭로: 주중 한국 대사가 부하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한국 외교부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정 대사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대사와 윤 대통령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고 인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