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임대료 고공행진…순자산 양극화 ‘역대최악’

by강신우 기자
2025.12.04 12:09:13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평균자산 5억 6678만원, 전년比 4.9%↑
순자산 지니계수 0.625, 역대 최고치
소득5분위 자산 8% 늘고, 1분위 6.1%↓
“청년 취업증가율 둔화, 상위층은 부동산 늘려”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해 가계의 순자산(자산-부채) 양극화가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값 고공행진 등으로 상위층의 사업·부동산 소득이 하위층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은퇴 연령층(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연금 등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공적이전 확대의 영향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가구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원으로 1년전보다 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1억 3690만원)이 전년대비 2.3% 늘며,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실물자산(4억 2988만원·5.8%)도 증가세가 확대된 영향이다.

부채는 금융부채(6795만원·2.4%)와 임대보증금(2739만원·10.0%) 모두 증가하면서 가구당 평균 부채가 4.4% 늘었다. 특히 임대보증금의 증가 폭은 지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자산이 더욱 큰 폭 증가하면서 순자산은 4억 7144만원으로 5.0% 증가했다.

작년 기준 가구 평균소득은 7427만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다. 이 중 재산소득 증가율이 9.8%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공적이전소득(7.6%), 사적이전소득(2.9%), 근로소득(2.4%), 사업소득(2.1%) 순이다. 계층별로 1~5분위 가구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자산 증가는 상위층에 집중됐다. 순자산 상위 10%의 점유율은 46.1%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늘어 불평등이 더 심화했다. 순자산 지니계수도 전년 대비 0.014포인트 상승한 0.625로 나타나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지표는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지 알려주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분포를 나타낸다.



소득 5분위별 자산은 전년에 비해 소득 5분위에서 8.0%, 4분위에서 4.0%, 3분위에서 3.6% 증가한 반면, 1분위에선 6.1% 감소했다. 상위층일수록 자산이 더 크게 늘었단 의미다.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 자산은 40, 50대에서 각각 7.7% 증가했으며 39세 이하는 오히려 0.3% 줄었다. 다만, 은퇴연령층 분배지표는 공적이전 증가 등 영향으로 개선됐다.

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은 청년층의 고용 회복이 더디고 민간소비 둔화로 하위계층의 사업·재산소득 증가가 제한된 가운데, 상위층은 집값 상승을 기반으로 자산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전년 대비 자산 증감률을 보면 금융자산이 2.3% 늘어난 데 비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5.8% 증가해 상승 폭이 더 컸다. 금융자산 가운데서는 저축이 2.6%, 전·월세 보증금이 1.7% 증가했다. 전체 자산(5억 6,678만 원) 기준으로 구성비는 실물자산이 75.8%, 금융자산이 24.2%를 차지했다.

김현기 데이터처 복지통계과장은 “(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은) 39세 이하 청년 및 1분위에 있는 가구들의 취업 증가율이 둔화한데다 민간소비 위축에 따른 사업소득이나 재산소득의 증가 폭이 5~3분위보다는 둔화한 영향”이라며 “(특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작년 1.3%에서 올해 5.8%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분배지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취약계층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한단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대전환·초혁신경제 30대 선도프로젝트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만전을 기하고, 취약계층사회안전망 강화,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 정책과제를 경제성장전략 등을 통해 구체화·발표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