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반복…변협 "징벌적 손배 등 민생3법 조속 입법 촉구"

by성주원 기자
2025.12.03 11:25:30

"쿠팡 사태, 국내 최악 개인정보 침해 사건"
구조적 문제점 근본적 개혁 필요성 지적
디스커버리·징벌적 손배·집단소송 도입 등 촉구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약 5개월간 쿠팡 고객 계정 3370만개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생 3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는 3일 성명을 통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명한다”며 “이번 사건은 과거 SK텔레콤 2324만명 유출 사고를 뛰어넘는 국내 최악 규모의 개인정보 침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성인 4명 중 3명꼴의 정보가 노출된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의 일상을 위협에 빠뜨린 전례 없는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협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우선, 지난 6월 24일경 비정상적 접근이 시작되었음에도 쿠팡은 11월 6일경에야 이를 포착했고, 공식 신고는 11월 18일에서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무려 5개월간 대규모 정보 유출을 탐지하지 못한 것은 내부 보안 체계의 심각한 결함을 넘어 기업의 무책임과 안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변협은 꼬집었다.

또한 최초 신고 당시 약 4500개 계정만 노출된 것으로 보고했다가 후속 조사에서 3370만개 계정으로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점은,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부실한 조사와 축소 보고를 넘어 피해자인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내부 직원이 정보 유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문제도 꼽았다.



변협은 “이번 사태는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장기간 반복되어 온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고, 가해 기업은 1인당 10만원 남짓의 소액 배상이나 형식적 사과로 면책됐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는 이번 사태와 같은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변협의 시각이다.

이번 사태로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전화번호·주소), 최근 주문 내역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변협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스미싱, 피싱, 표적 광고 등 2차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들은 수년간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변협은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주체의 권리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한다”며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7가지 대책을 촉구했다.

변협의 7가지 촉구 사항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수사기관의 철저한 진상 규명, 필요 시 상설 특검 가동 △쿠팡, 피해 고객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 마련 △정부와 국회, 대규모 개인정보 처리 기업에 대한 보안 의무를 강화 및 침해사고 발생 시 신고 지연에 대한 제재 실효화 등 제도 개선 추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집단소송제도 도입 △현실에 부합하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등이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기본권임을 재확인하며,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디스커버리,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집단소송 제도 도입을 위해 ‘민생 3법‘을 조속하게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 도입 및 입법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000만건이 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쿠팡 차량 차고지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