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현대, K함정 '원팀' 공감대…한국형구축함 '줄다리기'는 여전

by김관용 기자
2024.11.26 16:20:51

한화오션-HD현대重, 서로 간의 고소·고발 취소
호주 사업 탈락 후폭풍, 잇딴 지적에 '원팀' 공감대
KDDX 사업 관련 장외전 지속…사업 향방 촉각
공동건조냐 독자건조냐, 방사청 결정에도 논란 불가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의 고소·고발 전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여전히 ‘장외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양사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악화일로였던 양사간 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관련 고소를 취하하면서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5월 한화오션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한 경찰 고발을 주 내용으로 하는 기자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도청 등에서 세 차례 기자설명회를 갖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며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했다. 이에 당시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를 열고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수사기록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켜 해당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3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당시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KDDX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했던 것을 취하했다.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상황에서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양사 오너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장에서 만나 이 같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에 대한 고소 취하 관련 법무 검토를 시작했다.

이같은 양사간 화해 무드는 최근 1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호주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양사가 모두 탈락하면서 조성됐다. 당시 일본·독일·스페인 등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든 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개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우리 함정이 예비 후보군에도 끼지 못하자 대통령실까지 원인 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국회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다.

게다가 7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3조원대 폴란드 및 2조원대 필리핀 잠수함 사업 등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수주를 위해선 정부와 업체, 군 당국이 원팀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친다는 뜻의 ‘오월동주’ 모양새다.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방위사업청 입장에서도 양사간 고소·고발 취하로 KDDX 사업자 선정 후 불거질 수 있는 사법적 리스크가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두고 양사간 입장 차는 여전하다.

KDDX 상세설계 및 1번함 건조 사업은 현재까지 확정된 국내 해군 함정 설계 사업 중 사실상 마지막이다. 해외 수출 등을 위해선 함정을 설계하고 이를 건조한 실적이 필요하다. 총 6척을 건조하는 KDDX 사업에서 2번함부터 6번함까지의 후속함 사업은 설계 과정이 빠진 단순 함 건조다. 양사 입장에선 이번 상세설계 및 1번함 건조 사업을 따내야 사업 확장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KDDX는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담당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진행했을 터였다. 그러나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유포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아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방사청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유지 판단을 내렸지만, 한화오션은 임원까지 개입된 조직적 범죄라고 반발하며 ‘결격’에 따른 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제안한 ‘공동 개발·동시 건조’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 작업을 나눠서 진행하고 함 건조도 함께 하는 방식이다. 한화오션 입장에선 설계와 건조 실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원칙대로 자신들이 독자 건조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여러 협력사 중 하나로 참여할 경우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산업체지정 여부를 보고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방산업체지정은 업체가 해당 방산물자를 만들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방산업체지정 신청서를 냈다.

사실 산업부의 방산업체 지정과 사업추진방식 결정은 별개 문제다. 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사청의 의도로 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아니면 공동개발·동시건조든 어떤 방향으로 결정해도 일정부분 후폭풍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 당국이 빠른 결정을 내려 더이상의 갈등 확대를 막고 적기 전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