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평가 박했다…이노스페이스 혹독한 신고식

by이정현 기자
2024.07.02 17:21:09

상장일 외인·기관 매물 쏟아지며 공모가 대비 20% 폭락
우주산업 성장·정책 수혜 불구 수익 실현 물음표 극복 못해
수요예측 당시 희망밴드 ‘상단’…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사진=이노스페이스)
K-스페이스의 꿈을 안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노스페이스(462350)가 첫 거래일 20% 넘게 폭락했다. 정부의 우주산업 육성 수혜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실현 여부를 놓고 시장에서 ‘박한’ 평가가 나오면서다.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가치 평가에 거품이 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기술성장기업(기술특례상장) 요건에 따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이노스페이스는 공모가 4만 3300원 대비 20.44% 하락한 3만 4450원에 첫날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한국 증시에 데뷔한 새내기주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자 지난해 11월 상장한 컨텍(451760)이 기록한 공모가 대비 29.24%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공모가 기준 4062억원으로 평가됐던 이노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단숨에 329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출발은 양호했다. 공모가보다 높은 4만 3900원에 시가를 형성한 후 장중 4만 605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외국인과 기관 중심의 매물이 쏟아지면서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민간 위성을 우주궤도로 수송하는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소형 위성 수요 확대와 우주항공청 개청 등 정부의 정책적 수혜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이 같은 기대가 주가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기술 개발 지연 혹은 발사 실패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면 실적 악화와 증자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폭탄 매물이 예견된 악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청약 과정에서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배정된 물량 95만 3200주 중 15일 이상 의무보유가 확정된 물량은 1.88%(1만 7960주)에 불과하다. 여기에 상장과 함께 상장과 함께 엑시트한 전문투자자 물량, 공모주에 참여한 일반투자자 물량 등이 더해지며 전체의 29.68%에 해당하는 278만2877주가 시장에 쏟아졌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IPO 시장이 이상 과열하면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달 11일부터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3만 6400원~4만 3300원) 상단으로 확정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형 발사체 업체들은 발사 성공 확률이 낮은 편으로 약 50번의 임무 수행을 완료하며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로켓 랩(Rocket Lab)마저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노스페이스의 투자의견을 ‘홀드’, 적정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3만 4800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