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운영 '한 지붕 두 가족' 계속…해결책 못찾은채 갈등 '불씨' 남아(종합)

by박종화 기자
2022.12.20 18:48:17

국토부, 코레일-SR 분리경쟁체제 유지
"경쟁 통해 철도 서비스 개선"
"통합 땐 중복비용 절감" 팽팽
'민영화 포석' 논란 불씨 여전
일각선 "허울뿐인 경쟁 체제"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토교통부가 철도 경쟁체제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 SR의 통합 여부는 지난 10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논란만 가중돼왔다. 경쟁을 통한 철도 서비스 개선과 중복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국토부가 철도 구조 개편을 위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에 분석을 맡겼지만 결과적으로 현행 경쟁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는 ‘결론 유보’라는 미봉책만 내놓은 채 어떤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철도민영화 이슈와 묶여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번 결정으로 전라선과 경전선, 동해선 등에서도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허울뿐인 경쟁체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양 기관 통합 문제가 거론된 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다. ‘철도 공공성 강화’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코레일·SR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통합 문제를 결론내지 못했다.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해서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지난해 코레일·SR 노조대표를 포함한 거버넌스 분과위를 구성해 논의해왔다. 거버넌스 분과위는 코레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1명씩 6명, 소비자단체 2명, 교수 등 민간위원 5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분과위를 구성했지만 통합 여부를 둘러싼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못했다. 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코레일 노조 대표위원은 최종회의를 앞두고 분과위원에서 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코레일 노조는 SR이 코레일의 알짜노선이던 경부선과 호남선의 주요 시간대를 가져가 수익성을 높였지만 코레일은 수익성이 낮은 새마을·무궁화호 등 벽지노선을 함께 운영해 운영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토부는 허울뿐인 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국민 편익을 끝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SR 출범 직후인 2017년부터 코레일의 영업이익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SR은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7년 419억원, 2019년 455억원, 2019년 327억원 등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SR노조는 현행 경쟁체제로 고객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며 통합을 반대한다.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한다면 과거 철도 독과점 체제로 회귀해 더 이상의 자체 개선이나 서비스 개선 등 자구적인 노력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민 입장에선 고속철도 운영사가 두 개 생기면서 서비스 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경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쟁체제 유지로 결론을 냈지만 연 400억원이 넘는 중복비용 발생과 이용자 불편 누적 문제 등을 해결할 뚜렷한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에 철도노조 등에서는 경쟁체제 유지가 철도 민영화로 향하는 포석이 될 수 있다며 추후 갈등 증폭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지금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민간 철도사업자가 양산되고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철도 시스템이 민영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국토부 관계자는 “민영화의 미음 자도 얘기한 적 없다.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으로 국토부가 추진하는 다른 철도산업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철도 정비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데 이어 코레일이 가진 철도 시설 유지·보수업무와 관제업무를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