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불투명한데 금리인상 과속…코스피 나홀로 약세
by이은정 기자
2021.11.08 22:10:14
연초 이후 美S&P 27%, 나스닥 26% 상승
코스피·코스닥 3%대 상승 그치며 탈동조화
대형 IPO 공급 부담에 한국 조기 금리인상
코스피 영업익 증감률, 올해 77%→내년 9%
"위드코로나, 인플레 리스크 정점 통과 등은 긍정적"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코스피가 이달 3000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 증시가 상승 랠리 속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함께 가던 한미 증시가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기업공개(IPO)로 인한 물량 부담과 조기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 크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 특성상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올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둔화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연초(1월4일) 이후 마지막 거래일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6.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8%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도 ‘신고점’을 잇따라 넘어서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0.5%, 2.5% 상승에 그쳤고 ‘삼천피’(코스피 3000)마저 붕괴되며 미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수급’이 꼽힌다. 국내 증시 유동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형 IPO가 잇따르면서 공급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3%대 오르는 동안 시가총액은 11%가량 증가했다. 코스피 시총 30위권 내 올해 상장한 종목만 4개로 이들의 시총 비중은 4%대 수준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 등락률과 시가총액 증감률을 비교하면 주식시장의 공급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유상증자와 IPO 등에 주식 공급이 늘면 시총 증가율이 지수 등락률보다 높아진다”며 “지난해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올해 대형주들의 IPO가 이어지며 격차가 생겼고, 반면 S&P500의 경우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연간 국내 주식시장 주당순이익(EPS)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증가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MSCI 코리아 지수를 기준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2022년 EPS는 4.2% 감소, 미국 주식시장의 EPS는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에프앤가이드가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인 코스피 173개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분기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을 살펴보면 1분기 128.2%, 2분기 88.6%에 이어 3분기와 4분기 각각 49.8%, 71.7%다. 연간(189개 기업)으로 보면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15조9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8% 증가가 예상되지만, 내년은 234조4067억원으로 8.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재정 정책은 개인 가처분 소득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 올렸고 소비를 통해 기업 EPS에 반영, 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끌어올렸다”며 “수출에 민감한 국내 기업은 미 증시 폭등에도 미 재고 확대에 따라 수출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 당분간 시장수익률 하회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간 통화정책 사이클도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달과 내년에 추가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은 이달 말에야 테이퍼링을 시작, 내년에는 동결이나 연말께 한차례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향후 한·미간 디커플링이 점차 해소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국면 진입, 미 국채 금리 급락에 따른 긴축 우려 완화, 병목 경제 현상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정점을 지나가며 한·미 디커플링 현상 완화에 일부 기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