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전기료 인상, 친환경차만 팔자”…기후변화정책 첫발(종합)

by최정훈 기자
2020.11.23 15:33:21

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기후위기 대응 국민정책제안
경윳값 휘발유 수준, 전기요금 환경비용 반영해 인상
이르면 2035년 친환경 차만 국내 신차 판매 허용
전기료 인상 부담…친환경차 속도에 일자리 상실 우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인상하고 이르면 2035년부터 친환경 차만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제안이 마련됐다. 또 2045년 이전에 석탄발전량을 제로(0)로 만들고 전기요금에 환경비를 반영해 인상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다만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이른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 질 때까지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 방안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제안은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회·경제구조 혁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안 마련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에 걸친 분야별 전문위원회·포럼과 5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의 예비·종합토론회이 이뤄졌다.

주요 정책 제안으로는 수송부문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이 있다. 미세먼지의 주 배출원으로 꼽히는 경유차 수요와 운행을 억제하기 위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8위 수준인 국내 경유 상대가격을 인상하자는 것. 이에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 간 상대가격을 2018년 기준 약 100대88에서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약 100대95 내지 권고 수준인 100대100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 2035년 또는 2040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만 국내에서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제안했다.

이어 석탄발전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난해 기준 석탄발전은 전체 발전량의 40.4%를 차지하는데 이를 대체하는 에너지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천연가스가 꼽혔다. 또 석탄발전 증가 및 전력소비 왜곡을 유발하는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개선해 전기요금에 50% 이상의 환경비용과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도록 했다. 환경비용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막기 위한 소비자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 강화도 제안했다. 동북아 지역의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 미세먼지-기후변화 공동대응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기후·대기 연구를 전담하고 동북아 미세먼지 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국가 통합연구기관을 설치를 제안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개선 없이는 탄소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지금 당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에 동참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표로 보는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자료=국가기후환경회의 제공)
그러나 이번 제안이 정책으로 만들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 등 서민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안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다 탈석탄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탈원전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이 50% 반영되면 월 5만원을 내는 가구가 연간 770원 정도 올라 10년 뒤인 2030년엔 77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며 “탈석탄으로 인한 공급 전력을 충당하는 문제도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탈원전을 고정불변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석탄발전에 장착할 수 있는 탄소포집 기술 등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은 열어 놓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35년 또는 2040년 이후에는 친환경 차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 급진적이라고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산업 전환을 서두르면서 기존 자동차산업 인력이 대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대학원 책임교수는 “산업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정책화 단계에서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친환경 차 산업은 국가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일자리 문제만으로 늦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 제안의 실 정책화는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까지 정부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과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이행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기후환경회의의 정책 제안도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