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달라졌다…“일자리 늘리면 적자나도 A”
by최훈길 기자
2019.06.20 18:48:54
71개 공공기관 우수·양호 성적표 살펴보니
이데일리 일자리평가 우수기관 A 아니면 B
적자 났지만 한전·건보공단에 양호 평가
안전 평가는 강화, 난방공사-서부발전 C
재무 평가는 약화, 해임 공공기관장 0명
|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 상생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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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정부의 국정기조가 처음으로 전면 적용된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과거정부와 극명하게 대조됐다. 재무지표보다는 일자리, 상생협력, 윤리경영, 안전을 중시하는 기조로 바뀐 것이다. 이 결과 부채가 늘어 재무지표가 악화했더라도 공공성을 강화하면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평가대상 128곳(공기업·준정부기관) 중 20개 기관이 우수(A) 등급, 51개 기관이 양호(B) 등급을 받았다. 이는 작년 발표 때보다 A는 3곳, B는 6곳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 공공기관이 A·B 등급을 받은 것은 ‘사회적 가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사회통합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적극 평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 배점은 19점에서 30점(공기업), 20점에서 28점(준정부기관)으로 가중치가 커졌다.
앞서 이데일리가 ‘2018년 신규채용 규모 상위 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015760),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10위권에 포함됐다. 이들 공공기관들 모두 이번 경영평가에서 A나 B를 받았다.(이데일리 4월24일자 <文대통령이 업어줘야할 공공기관은?..‘빅3’ 작년 5800명 신규채용>)
특히 부채나 적자가 커져도 공공성을 높인 공공기관은 A 등급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368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조 8954억원 적자(충당부채 포함)로 돌아섰다. 하지만 공단은 올해 A 등급을 받았다.
홍 부총리는 “보장성 강화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공공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했다”고 말했다.
상생협력에 나선 공공기관도 A 등급을 받았다. 한국남부발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중국 정부가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자 한국에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남부발전은 폐비닐을 재활용해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내 위기를 타개했다. 이 결과 제주도의 폐비닐 4200t을 재활용할 수 있었고 관련 중소기업의 매출도 늘었다.
반면 안전사고가 발생했거나 채용비리가 심각한 기관들은 감점이 컸다. 열 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벌어졌던 한국지역난방공사는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내려앉았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가 일했던 한국서부발전도 C등급에 그쳤다. 무더기로 채용비리가 발생한 강원랜드도 C 등급에 머물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한국마사회 성적도 좋지 않았다. 마사회는 기관평가에서 D, 감사평가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신완선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은 “마사회는 사업성이 약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협력업체에서 재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회적 가치 평가를 강조하다 보니 재무관리 평가는 약해진 측면이 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503조 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 7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2017년(7조 2000억원)·2018년(1조 1000억원) 연속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20일 발표된 공공기관 기관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 등급을 받은 곳은 1곳(대한석탄공사)에 불과했다. 올해는 공공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석탄공사는 기관장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방만 경영을 감독하는 경영평가 기준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불어날수록 국가의 미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 평가와 함께 경영관리도 철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완선 단장도 “재무 성과와 공익성이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신규 채용을 많이 한 10개 공공기관. 서울대학교병원 등은 기타공공기관이어서 매년 이뤄지는 경영평가(공기업 및 준정부기관)는 받지 않는다.(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 이데일리 분석,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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