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민 기자
2016.12.08 16:16:10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심상찮다. 지난 4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 부결에 따른 파장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자본 확충 기한을 연장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7월 유럽금융감독청(EBA)이 역내 61개 은행을 상대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꼴찌를 차지한 BMPS는 도산을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50억유로 상당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내년 1월 중순까지 늦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MPS 이사회는 ECB 산하 감독 당국에 보낸 공문에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과 마테오 렌치 총리 사임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며, 새 정부가 구성돼야만 자본 확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BMPS는 현재 10억유로의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 가까스로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카타르 투자청의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투표 부결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ECB가 기한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이탈리아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유럽연합(EU)의 새 규정에 따라 손실은 고스란히 채권자들의 몫이 된다. 이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이후 금융 시장이 출렁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도산하게 된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시장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투표에 앞서 FT는 투표 부결로 총리가 사임하면 정국 혼란으로 현지 은행이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8개 은행이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1bp=0.01%포인트) 상위권에는 유럽은행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224bp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우니크레디트가 218bp, 스페인의 덱시아 크레디트가 195bp,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가 166bp, 스위스 최대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148bp 등이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장기 국채 등에 적용하는 국가 신용등급은 종전대로 ‘Baa2’를 유지했다. 무디스는 이번 하향 조정에 대해 국가부채 부담으로 경제 성장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 이탈리아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3%까지 늘어난 후에야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