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활기찾은 식품업계…‘컬푸페’서 내세운 내년 전략은
by김정유 기자
2024.12.19 14:53:38
미식축제 ‘컬리푸드페스타 2024’ 가보니
8000여명 방문, 연말 특수 사라졌던 식품 ‘방긋’
IP 확장·조리 간소화 등 간편식 중점 추진
편의성·세분화로 제품 형태·구성 다변화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내수 부진과 탄핵 정국으로 우울했던 국내 식품업계가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나와 소비자들과 만났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컬리가 개최한 미식 축제 ‘컬리푸드페스타 2024’를 통해서다.
연말 특수가 사라져 한숨 쉬었던 식품업체들은 이날 8000여명의 소비자들을 맞아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는 등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고물가 속에서도 내년도 식품업계는 다변화·간소화를 통해 품질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 19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 르웨스트에서 열린 ‘컬리푸드페스타 2024’에서 방문객들이 참가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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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컬리푸드페스타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11시 오픈 이전부터 건물 외부에까지 긴 대기줄이 펼쳐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오전 기준으로 행사장에 들어가기까지 최대 1시간이 걸릴 정도로 붐볐다. 평일 임에도 가족 단위부터 10~20대 젊은 고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했다.
컬리는 이날 하루 관람객 수를 7000~8000명 수준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행사 첫날 5000여명이 방문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규모가 더 늘었다.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컬리푸드페스타엔 총 3만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행사엔 컬리의 128개 파트너사, 230여개 식음(F&B)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번 컬리푸드페스타엔 하림(136480), CJ제일제당(097950), 풀무원(017810), 오뚜기(007310), 대상(001680), 샘표식품(248170) 등 국내 주요 종합식품업체들이 특색 있는 부스와 이벤트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더미식’을 앞세운 하림은 신작 ‘오징어라면’을 내세우며 부스를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게임2’로 꾸몄다.
풀무원은 에드워드 리 셰프를 모델로 내세운 대체식품 ‘지구식단’ 홍보에 공을 들였고, 샘표식품도 즉석식품 브랜드 ‘차오차이’로 대형 부스를 꾸렸다. 대형 식품업체들의 부스엔 각종 증정 이벤트가 진행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현장에서 만난 A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정국이 어수선해 대규모 이벤트나 마케팅을 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오랜만에 활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경기도 의정부에서 온 20대 직장인 김민정씨는 “티켓팅이 엄청 힘들었는데 와보니 다양한 식품들을 시식할 수 있고 온라인 구매까지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새로운 간편식도 접하면서 국내외 식품에 더 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 하림의 ‘더미식’ 오징어라면 홍보를 위해 ‘오징어게임’ 복장을 한 관계자가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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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식품업체들의 주요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날 행사에서 만난 간편식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키워드로 외부 지식재산(IP)과 협력 확대, 조리 간소화 등을 꼽았다. 간편식은 최근 편의성을 중시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밀키트 업체 마이셰프는 이날 다양한 외부 IP와 협업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유명 외식 브랜드 ‘사리원’, ‘하남돼지집’ 등의 브랜드를 사용한 밀키트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정승희 마이셰프 마케팅그룹장은 “사리원 소불고기전골만 해도 컬리에서 한달에 3만개 이상 팔릴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밀키트에서 고품질과 편의성을 동시에 찾기 때문에 업계에선 내년에도 최대한 내부 소포장을 줄여 조리 과정을 축소하는 등의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편식 업체 프레시지도 최현석 셰프의 ‘쵸이닷’ 등 유명 IP와 협력한 브랜드를 대거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 셰프 및 유명 IP와 연계한 제품의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IP를 활용한 제품 기획과 판매가 주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쌀 브랜드들도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이강바이오는 이번 행사에서 ‘더라이스’ 브랜드를 통해 봉지밥 ‘공밥’을 선보였다. ‘햇반’ 같은 용기를 갖춘 즉석밥이 아닌, 봉지채 냉동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밥이다. 소비자 편의성을 우선한 전략이다.
이강바이오 관계자는 “쌀 소비가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간편식 소비는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더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화를 줬다”며 “조만간 컬리에 입점해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리틀에이커는 ‘대한제일미’ 브랜드로 도정 후 7일내 판매하는 ‘7일향미’를 새로 추가하며 프리미엄 고객층 흡수에 나섰다. 동시에 제품군 확장으로 소비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도경 리틀에이커 대표는 “쌀로 만든 과자, 장류 등에 이어 자체 F&B 브랜드 론칭도 검토 중”이라며 “쌀 소비 감소 국면에서 다양한 소비 방법을 고민하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가공업계도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춰 제품을 세분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임종관 태우그린푸드 온라인사업부 과장은 “최근엔 등심 안에서도 더 세분화한 부위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컬리 입점 초창기 7~9개였던 제품군은 이제 다양한 부위와 용도 등으로 나눠 총 90개까지 확장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식품업계는 나날이 오르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형태를 맞추기 위해선 가격을 낮추는게 쉽지 않다”며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감을 억제할 수 있는 건 제품 품질 향상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간편식 업체 프레시지는 붕어빵 간편식 제품을 시식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관람객들을 모았다. (사진=김정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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