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대부분이 실물…가계 빚 다이어트 최대 걸림돌

by최정희 기자
2023.09.19 23:30:59

[빚 안 갚는 사회]③
소득 5분위 총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 고작 10%
"단기간에 부채 규모, GDP 이내로 축소 어려워"
명목GDP 4% 성장·부채 2% 증가시에만 2025년 이후 100% 밑으로
가계부채 비율 100% 넘었던 국가들, 100% 하회까지 18년 걸리기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향후 몇 년에 걸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 밑으로 떨어지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인 고소득자는 총자산의 10%만 금융자산이라 예금, 주식 등을 팔아서 빚을 갚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가계부채 비율(자금순환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 기준)은 2분기 101.7%로 2021년 3분기 105.7%로 최고점을 찍고 추세적으로 하향하고 있다. 4분기 연속 하락세다. 그러나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상회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엔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정부, 한은 모두 가계부채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도록 향후 몇 년간 노력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비율을 축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 비중이 낮아 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을 팔아 빚을 갚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빚의 주범인 소득 5분위 고소득자의 총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10%(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76.5%가 실물자산에 가 있다. 2002년부터 집계된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판매신용)은 작년까지 연간 기준으로 한 번도 감소했던 경험이 없다. 해외 사례도 부채 비율을 100% 밑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아일랜드·노르웨이는 부채 비율을 100% 밑으로 내리는데 약 5년 걸린 반면 네덜란드·덴마크는 18년 걸렸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성장률보다 낮게 관리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명목 성장률이 4%이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2%로 유지돼야 가계부채 비율은 그나마 2025년 이후 100% 밑으로 내려간다.



2010년 이후로 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0년과 작년을 제외하고 항상 명목 성장률을 앞질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보면 명목 성장률은 전년동기비 1.8% 성장했는데 가계신용은 0.4% 감소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에 따라 보험약관대출(약 48조원)이 가계대출에서 제외되면서 3월말 가계부채 비율이 103.4%에서 갑자기 101.5%로 약 2%포인트나 하락한 만큼 정책 목표 달성이 의외로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한은이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숫자 놀음이 아니라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을 유도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정책 목표 달성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13일 특례보금자리론·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대상 축소 등의 방안을 발표했지만 가계대출 수요를 꺾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아 가계대출 축소 방침으로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것과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