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된 위스키…거리두기 해제ㆍMZ세대 인기 영향

by김범준 기자
2022.07.25 17:00:30

상반기 위스키 수입량 1만1189t…전년比 63.8%↑
코로나 거치며 대폭 늘었던 와인은 13.5% 감소
야외활동 늘고 유흥시장 회복에 위스키 ''방긋''
''싱글몰트·하이볼'' 찾는 소비자 늘며 수요 확대
생산·물류량 감소에 가수요 더해 ''품귀'' ...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올해 들어서 위스키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와인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와인의 성장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매대에 진열된 위스키 제품들.(사진=연합뉴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위스키 수입금액과 수입량은 약 1억2365만달러(약 1621억원)와 1만1189t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61.9%, 63.8%나 늘어났다. 특히 최근 10년간 감소하던 위스키 수입이 반등한 것.

같은 기간 와인은 수입금액이 약 6.2% 증가한 약 2억9749만달러(약 3901억원)에 그쳤고 수입량은 오히려 약 13.5% 감소한 약 3만5104t를 기록했다. 지난해 ‘와인 대세’ 열풍에 힘입어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현재까지 재고가 넉넉한 탓으로 풀이된다.

위스키 수입이 급증한 데에는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식당과 주점 등 업소를 중심으로 한 유흥시장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위스키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룸살롱 양주’ 혹은 ‘아저씨 술’ 이미지에서 탈피해 MZ세대 사이에서 위스키 하이볼(주류에 소다수 등을 섞어 마시는 것)과 싱글몰트(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든) 주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위스키 오픈런’도 흔한 풍경이 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 주류 소매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지난 주말에 ‘발베니 더블우드 12년’ 300병을 들여왔는데 하루 만에 1병 남고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남아 있던 1병 마저도 이날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위스키 마니아들의 ‘성지’로 통했던 서울 남대문 주류시장도 요즘은 MZ세대뿐 아니라 남녀노소 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발렌타인’, ‘조니워커’, ‘글렌피딕’, ‘맥켈란’ 등 이미 유명 위스키 브랜드 제품들은 값이 많게는 2배 가까이 뛰거나 그마저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자료=관세청)
전 세계적 코로나 장기화 여파로 위스키 산지에서 생산량과 물류량이 줄면서 위스키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수요 이상으로 가수요(假需要)까지 더해지면서 품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달러 강세 여파로 위스키 가격이 더욱 빠르게 오르는 요인도 있다.

수급이 부족하고 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일부 업소에서는 한때 과거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롯데칠성음료의 국산 토종 위스키 브랜드 ‘스카치블루’를 다시 취급하는 곳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 소품으로 등장한 대만(타이완)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의 올 상반기 매출도 1년 새 5배 이상인 427% 급증하는 등, 기존 영국 스코틀랜드 스카치 위스키에서 최근 미국 버번 위스키와 일본·대만·인도·호주·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한 위스키 브랜드로 수요가 확장하고 있다.

위스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회복세에 이어 하반기 매출 증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과 유흥 시장에서 위스키 소비량이 증가한 데다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하면 면세점 매출이 크게 회복될 수 있어서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가정 주류 소비 증가와 다시 유흥시장 활성화로 위스키 고정 소비 외에 가수요까지 붙는데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은 부족해 최근 수요가 폭발하는 추세”라며 “위스키는 장시간 숙성을 거치다 보니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증류소에 갑자기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없고 최근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생산 자금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위스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