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5.09.01 17:13:53
최장 7년간 경영협약 체결..선박수주, 기술력 지원
수은, 9월말 2000억원 추가 자금 공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온 성동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 경영협력협약(이하 경영협약)’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하 수은)과 경영협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퍼주기식 자금 지원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던 수은 역시 한시름 놓게 됐다. 삼성중공업과의 경영협약으로 수은은 부실 조선사 지원이란 논란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성동조선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명분도 마련했다. 수은은 “이번 협약은 개별 조선사의 단순한 지원을 넘어 전체 조선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경영협약 후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인수할지 또는 채권단 내 다른 은행들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의 거제 조선소에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성동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협약을 체결했다.
경영협약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의 영업, 구매, 기술부문을 지원하고 수은은 인사, 노무, 재무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담당한다. 4년간의 협약 후 시장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3년을 추가 연장하는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자사의 영업망을 활용해 성동조선의 신규 선박 수주를 주선하거나 자사가 수주한 물량을 성동조선에 나눠 일감을 공급할 예정이다. 성동조선은 중형 선박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대형 선박 위주의 삼성중공업과 시장이 겹치지 않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또 삼성중공업은 고연비, 친환경 선박(eco-ship)에 대한 기술력과 경험, 구매 단가 인하 등의 노하우를 성동조선에 전수할 계획이다.
문제는 경영협약이 끝난 이후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터라 성동조선의 7년 이후를가늠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현재로선 성동조선의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덕훈 행장은 “이번 협상에서 삼성중공업의 성동조선 인수는 배제돼 있다”며 “수은도 성동조선을 계속 갖고 있을 생각이 없고 어떻게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100% 위탁경영 형태로 가져가지 않은 것도 경영협약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의 인사 등에 개입해 경영권을 행사하면 연결 재무제표상 계열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수은은 이번 경영협약을 계기로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홍영표 수은 수석부행장은 “9월말 성동조선에 추가 유동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계법인 추정 결과 2000억~37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동조선이 수주활동을 원활히 한다면 2000억원만 지원하면 된다는 판단이다.
관건은 수은이 추가 자금 지원에 다른 채권단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다. 무역보험공사는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반대 의사를 표시했었다. 그 때문에 수은은 지난 5월 성동조선에 3000억원을 단독 지원해야 했다. 김성철 수은 기업개선단장은 “4개 조선사(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대한조선)에 수은이 가장 많은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갖고 있고 무역보험공사는 8%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영협약을 체결한 이상 무보가 무조건 자금 지원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여전히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성동조선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8월말 현재 성동조선에 대한 수은의 익스포져는 2조1053억원(대출잔액 1조1322억원, 이행성 보증 잔액 9731억원)이다. 또 대출액 1조261억원은 출자전환해 성동조선의 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우리은행이 15%, NH농협은행 9%, 무역보험공사 5%씩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