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논쟁 2R…與 금기어 '법인세'도 테이블 올랐다
by김정남 기자
2015.02.05 16:54:18
유승민 등 與 일각, 법인세 인상 전향적…김무성은 반대
韓 법인세율 인하 추세…선진국 대비 세수 비중은 높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법인세가 돌연 여의도 정가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여권 내 ‘금기어’였던 법인세의 인상 목소리가 당내에도 간헐적으로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 ‘투톱’(김무성-유승민)도 이 지점에서 갈리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수술은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있지만, ‘2라운드’ 격인 그 각론에서는 해법이 다양하게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범국민조세개혁특위’의 국회 설치를 제안한데 대해 “여야 합의로 국민 의견도 수렴하자는 취지로 (야당이) 말한 것이라면 일단 환영한다”고 했다.
야당의 특위 제안의 기저에는 법인세가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증세’가 해법의 기초라는 것이다. 이에 경제통(通) 유 원내대표가 화답했다는 것은 법인세 인상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 원내대표는 이미 주요 세목들을 백지에서 다룰 수 있다고 밝혀왔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홍일표 전 당 정책위부의장도 “(법인세 등) 직접세의 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을 꺼리던 당내 보수 경제통들 역시 다소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여권 관계자는 “큰 규모의 복지논쟁이 시작된 이상 모든 것을 열어놓자는 원론적인 뜻으로 일단 보인다”면서도 “예전보다 더 전향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기존의 반대론 역시 건재한 상황이다. 당장 김무성 대표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연찬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상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다. 현재도 장사가 안 돼 세금이 안 들어오는데 거기다 더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유 원내대표와는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경제통 강석훈 의원도 이데일리 기고를 통해 “재원마련은 세출 구조조정이 먼저”라면서 “이에 대한 노력을 해보지 않고 본격적인 증세를 택한다면 현재 저성장 기조를 사실상 받아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한국조세연구원장 출신의 조세전문가 유일호 의원 역시 전날 MBC 라디오에서 “지금은 법인세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45조원 약간 못 미치는 세수에서 10% 증세해도 4조~5조원 밖에 안 된다. 그것으로 적자를 한꺼번에 메우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인세가 정가의 중심에 선 것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인상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깔려있다. 연말정산 파동의 원인인 소득세는 곧장 ‘봉기’를 부를 게 뻔하고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역시 ‘서민증세’ 논란을 부를 수 있어서다. 그나마 법인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세율 인상 외에 감면 축소나 과표구간 정비 등 과세체계 구조조정 중심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법인세를 두고 친박·비박 등 계파별 이해관계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복지논쟁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규모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다. 야당은 이를 25%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최고세율은 1980년대 30%를 유지하다가 1991년 34%로 일시적으로 올랐고 이후 꾸준한 인하 추세다.
법인세율은 세계적으로도 인하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현재 23%(2013년 기준)로 지난 2000년과 비교해 7%포인트 하락했다. △독일(42.2%→15.8%) △프랑스(37.8%→34.4%) △호주(34%→30%) 등 주요 선진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는 ‘기업 경쟁력’을 내세우는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들의 주요 근거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4%(5위·2012년 기준),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14.9%(3위)로 모두 상위권이다.
다만 각종 조세감면을 제한 후 실질적인 세 부담인 실효세율은 내려가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평균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21.6%였지만 2012년에는 17.8%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4%·2012년 기준)은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부가가치세율은 10%로 1977년 전격 도입된 뒤 올해까지 세율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