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영어' 뚫은 수능 만점자…"분쟁 보며 의사 꿈꿨다"
by김응열 기자
2025.12.05 13:27:34
광진구 광남고 재학 왕정건 군 "걸어서 5분 광남고 진학"
"수험생은 컨디션이 가장 중요…특목고 진학 고려 안했다"
"수업 집중하고 틈틈이 공부…작년 만점 선배 보며 자극"
"중동 분쟁 보며 사람 살리는 일 꿈꿔…''국제 의사'' 될 것"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특목고 진학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멀어서요.”
5일 서울 광진구의 공립고등학교인 광남고에서 만난 왕정건(18) 군은 “공부할 때는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군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5명 중 한 명이다.
|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인 서울 광남고 왕정건 군이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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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중 재학 때부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왕 군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대신 광남고 진학을 선택했다. 통학거리가 멀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특목고 진학을 고려할 법하지만 왕 군은 집과 학교의 거리가 더 중요했다. 왕 군 집에서 광남고까지는 약 5분거리다.
대신 왕 군은 매일 아침 일찍 학교로 등교해 책을 폈다. 아침 6시에 학교에서 홀로 공부를 시작하는 날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수업 내용을 빠짐없이 들었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이어갔다. 일주일 중 2~3일은 학원 2~3곳에 갔는데 학원 강의를 마친 뒤에도 학교 자율학습실로 돌아와 공부했다.
왕 군은 수능 만점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공부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왕 군은 “따로 요령은 없다”면서도 “매일 공부를 하고 싶을 때, 또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공부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고교 선배가 자극이 되기도 했다. 작년 수능에선 광남고 재학생 서장협(19) 군이 수능 만점을 받았다. 당시 왕 군은 학교 정문 앞에서 선배들을 응원하며 북을 두드렸다. 왕 군은 “작년에 서 선배처럼 수능 만점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수능 만점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올해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는 영어를 지목했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3.11%로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역대급 ‘불영어’로 평가받는다. 특히 ‘글의 제목’을 찾는 24번 문항의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왕 군은 “영어가 가장 어려웠는데 24번 문항에서 정답이 헷갈렸다”며 “최대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풀었다”고 돌아봤다.
|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광남고 왕정건(가운데) 군이 5일 성적통지표’를 받고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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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군의 꿈은 의사다. 중학생 시절 중동 지역의 분쟁을 뉴스로 접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왕 군은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비영리 기구에서 국제 봉사를 하는 의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틈틈이 프랑스어와 아랍어 등 제2외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의대 수시 모집에 지원한 상황이다.
왕 군은 “아픈 사람들이 있는 곳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후배들에게는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으라고 조언했다. 왕 군은 “광남고는 면학 분위기가 좋고 훌륭하신 선생님들도 많다”며 “학교 수업에서 잠들지만 않으면 내신과 수능 모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