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RDP-A 체결, K-방산에 역풍 가능성도"[오만한 인터뷰]

by이혜라 기자
2025.02.07 16:33:40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
이데일리 유튜브 ''주톡피아'' 인터뷰
"RDP 체결, 기대효과·부작용 동시 검토해야"
"LIG넥스원 ''비궁'', 미국 수출 첫 국산 완제품 기대"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이 7일 이데일리 유튜브 ‘주톡피아’에 출연했다.(사진=이데일리)
[이데일리 이혜라 기자]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 체결은 한국 방위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기회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해득실을 따져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요구하는 국내 방위산업 개방 영역과 범위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7일 이데일리 유튜브 채널 ‘주톡피아’ 인터뷰에서 “RDP-A 체결이 K-방산업에 위협이 될 요소도 포함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협정 체결 과정에서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RDP가 성사되면 국내 방산업체들이 미국이 협정을 맺은 28개국과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나라도 ‘미국산 우선구매법’(BAA·Buy American Act) 적용 면제를 받아 미 국방부 조달사업 참여가 보다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 국방부 사업에 참여할 경우 50%의 가격 할증을 적용받는다. 기존 RDP 체결국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유 센터장은 “체결이 확정되더라도 곧바로 우리 방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우선구매나 수의계약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기체결 28개국과 동등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어서 RDP 자체만으로 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또 사이버보안 능력을 평가해 미국 공급망 진입 자격을 부여하는 CMMC(Cybersecurity Maturity Model Certification) 제도 등 국내 기업들이 넘어야 할 허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방산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 방식과 영향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RDP-A 체결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불확실하고, 체결되더라도 미국이 한국에 가혹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국방 연구개발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경우에는, 국내 방산 연구개발 체계가 미국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재편되는 등 기존 방산개발 시스템을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유 센터장은 “이는 지난 50년간 유지해 온 자주국방 기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이 7일 이데일리 유튜브 ‘주톡피아’에 출연했다.(사진=이데일리)
유 센터장은 올해 K-방산 성장 포인트로 신규 시장 개척, 수출 품목 다변화 여부를 꼽았다. △미국시장에 완제품 수출 성사 여부 △미 함정(군함)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사업 활성화 △회전익기(헬기)·잠수함 수출 확대 등이다.

유 센터장은 LIG넥스원(079550)의 2.75인치 유도무기 비궁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국산 완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유 센터장은 “비궁이 지난해 해외비교시험(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FCT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품목을 시험 평가한 후 성능이 입증되면 구매하는 제도다.



MRO 사업 확대도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조선업 기반이 약화한 상황에서 한국의 MRO 기술력에 호평하고 있다”며 “한화오션(042660)이 지난해 미국 해군 함정 두 척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는 HD현대중공업(329180)의 진출도 기대한다”고 했다.

헬기 및 잠수함 수출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지난해 이라크에 수리온 헬기 2대를 수출하며 헬기 수출 첫발을 뗐다”며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또 “캐나다가 60조원 규모 순찰잠수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수출형 산업구조로의 변화에 맞춰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해외법인을 통해 해외에서도 방산물자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현행 제도상 이를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하게 인정하는 기준점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중소 방산부품업체의 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도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유 센터장은 “정부가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 목표를 내세웠다. 다만 수출 금액 등 양적 성장이 방위산업 성장을 대표하는 지표는 아니다”며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민수산업의 과학기술 역량을 방산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국가적 부를 장기 창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형곤 센터장 전체 인터뷰는 이데일리 증권시장부X글로벌마켓센터 유튜브 채널 ‘주톡피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 센터장

-「2025 한국경제 대전망」 공동저자

-前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범정부 TF 민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