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는 절대 안 받지" 텍스트로만 살아가는 '콜 포비아' MZ들

by안수연 기자
2022.07.19 17:24:40

대면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문자… 더 간접적인 것 선호한다
일종의 가벼운 사회불안, 회피로 볼 수 있어
개선 방법은 적절한 대면 장치 섞는 것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직장인 (27세·여) A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무조건 받지 않습니다. 아는 번호여도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로 말해달라고 답장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는 수단은 무조건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고 업무와 행정처리 등도 가능한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언론사에서 인턴 중인 대학생 D씨 (25세·여). 상사에게 해야 할 가벼운 업무보고는 메신저를 이용해 말합니다.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 관리소장 등에게 전화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로 문자로 보내달라고 답합니다.

코로나 19이후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이 익숙짐에 따라 위와 같은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전화보다 문자·텍스트를 선호하는 현상을 뜻하는 '콜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진=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 화면 캡처

콜 포비아는(Call phobia - 전화공포증) 전화를 뜻하는 콜과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의 합성어로 전화로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생겨난 전화 통화 기피증을 뜻합니다. 전화공포증이라고도 하는데 스마트폰에 익숙한 청년층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콜 포비아'는 음성이나 영상통화보다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더 선호하고 말보다는 텍스트로 의사 전달을 하며 대면, 직접적인 음성 전달을 어려워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전화보다 문자 선호, 사회불안과 관련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전화 기피 현상이 가벼운 사회불안과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극도의 공포나 회피 반응이 나타날 때를 포비아라고 하는데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정신 병리적인 측면에서 포비아란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회불안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대면보다는 전화가 간접적이고, 전화보다는 문자가 더 간접적이다. 더 간접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건 관계에서 불편·불안을 느끼니까 그렇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간접소통이 익숙한 MZ는 전화가 어려워

전화 공포증의 원인으로 '간접 소통의 일상화'도 꼽힙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지금, 우리는 결제, 주문, 질의, 공적인 업무 처리 등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처리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시지나 텍스트는 생각을 하면서 작성이 가능하고 추후에 수정을 할 수 있지만 전화는 생각할 틈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추후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문화평론가 정지우 변호사는 "MZ들은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생각해보는 소통 습관이 있다. 콜 포비아가 특히 두드러지는 경우는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라며 "친구,연인과의 통화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년 세대는 대개 온라인 소통을 하면서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MZ들은 SNS 계정을 통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소통하거나, 반대로 아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는 '상호 익명성'에 익숙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청년에게 일상적인 '을'의 상황이 콜포비아를 불러왔다는 관점도 제시됩니다. 정 변호사는 "청년 세대는 온라인 등에서 세대 간, 직업 간, 직책 간 우열 없이 항상 수평적으로, 익명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실제 현실에서는 상대와 나 사이에 어떤 권력 구조가 있는 게 일반적"이라며 "상사와 부하 직원, 교수와 학생, 판매자와 소비자, 집주인과 하숙인 등 사회생활에는 대개 보이지 않는 권력이 숨어 있다. 청년 세대는 대개 그런 권력 구조에서 '을'인 경우가 많고,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수직적인 소통 구조에 들어서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전화만 와도 긴장하게 되고, 익명성에서 쫓겨나며 권력 구조 속으로 들어선다는 압박감이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개선 방법은 적절한 대면 장치 섞는 것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계속해서 더 간접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선택하는 일종의 회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노출이 필요하다. 대면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점점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대면하는 장치를 섞어줘야 한다." 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