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1위 IT기업 KT, 3천명 직원 재배치…디지털화로 산업계 확산될 듯

by김현아 기자
2021.09.09 19:40:53

KT 노사, 직원 업무 재배치 합의
KT노조도 임단협 투표 가결
2014년 8천명 구조조정 때와 달라
LG U+도 탈통신 인력 4천명 확대 발표..신규채용외 재배치 불가피
클라우드 전환 IT서비스 회사, 모빌리티 변신 자동차회사도 마찬가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내 IT기업 중 가장 많은 직원이 일하는 KT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대비해 3000명 직원에 대한 업무 재배치에 나섰다. KT는 작년 기준 임직원 수가 2만 2720명으로, 업무 재배치 대상은 13.5%에 달한다.

이 같은 직원 재배치는 산업계로 확산할 조짐이다. 황현식 LG 유플러스 대표(부회장)가 지난 7월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콘텐츠 등의 분야 인력을 2025년까지 4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인력 재배치는 디지털 시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의 직원 수는 1만216명(3월 기준)이고 비통신 분야 인력이 800~900명 정도이니, 신규 채용을 늘리더라도 기존 직원들의 업무 재배치가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회사로 변신 중인 IT서비스 회사나 모빌리티 사업자로 나서는 자동차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KT 노동조합은 9일 △ 올해 SMB 영업(중기·소상공인 대면영업)과 C&R 운영(고객상담관리)△ 내년에 일반 국사에서 일하는 IP액세스, 지역전송, 전원 인력에 대해 필수인력만 남기고 선로·감리 등의 분야로 재배치하는 ‘노사 합의 업무 재배치 잠정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를 진행해 투표율 76.3%에 59.7% 찬성으로 가결했다.

인력 재배치는 5개 분야에서 진행되는데 40~60대가 대부분이다. 최장복 KT 노조 위원장은 “매년 800~1000명이 정년 퇴직하는데 회사에서 충원할 수 있는 상황은 안 되고, 선로나 감리 같은 현장 인력은 부족한 반면, SMB 영업이나 C&R 운영 쪽은 여유가 많아 인력 이동이 필요했다”면서 “2014년 8000명을 희망퇴직했을 때처럼 KT에서 몰아내려는 게 아니다. 제가 있는 동안 인력 구조조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KT 새노조는 “3천여 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구조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T새노조는 “복수노조 하에서 제1노조는 소수 노조들에게 교섭 과정에서 공정한 설명 의무가 있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KT의 사업이 전통적인 통신에서 AI와 로봇 등으로 바뀌면서 직원들의 업무 재배치는 불가피하다. 3년 뒤, 5년 뒤 사라질 업무에 계속 몸담기보다는 재교육을 받아 새로운 업무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KT에서 일하는 66년생 A부장은 영업부장으로 29년을 일하다가 지난해 KT가 내부 직원을 AI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1기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이를 통해 AI 개발자로 변신했다. 그는 현재 보안AI·솔루션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직원 모두에게 재교육이 편한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직무 재교육 기회를 주느냐, 기존 직무에 남을 것인가 선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업들로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생존을 위해 업무 재배치가 필수적이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내 소통과 공감에도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KT도 업무 재배치를 하면서 △본인이 희망하지 않으면 그룹사 전직을 하지 않고 △희망시 유관 그룹사 전직 기회를 제공하면서 그룹사 정년 + 계약직 2년 보장, 전직 지원금 제공, 특별학자금·임금피크 보전금 제공 등의 혜택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