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빵 안 먹어…이천 쌀 아니죠?" 허탈한 무료급식소
by이선영 기자
2021.08.13 15:41:11
김 신부 "도시락·후원 물품, 당연한 것 아냐"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례 언급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일부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들 때문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12일 김 신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상하다. 혹시 우리 ‘안나의 집’도 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되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어제(11일) 노숙인 분들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으로 드실 빵을 드렸다.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빵 봉투를 받고 열어보시더니 ‘전 이런 빵 안 먹어요. 파리바게트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날은 어떤 할아버지께서 도시락을 받아가신 뒤 다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부님 이거 이천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 해주세요’”라 했다고 부연했다.
또 “불교 신자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물을 드리고 있는데 물을 받으시고는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많이 당황스럽다”며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다”고 한숨 쉬었다. 김 신부는 “도시락, 간식, 후원 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들의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신부는 지난해 12월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무료 급식을 받으려했던 모녀를 비판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김 신부는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도시락 하나가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마지막 식사일 수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990년 한국을 찾아 2005년에 귀화했다. IMF 이후 실직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안나의 집’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240만끼가 넘는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