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 속 몸값 오른 쿠팡…서학개미는 덜어냈다
by이지현 기자
2021.06.23 17:32:13
화재사고에 불매운동 갑질논란까지 기업 이미지 훼손
해외 진출 가능성보다 국내 악재 더 크게 반응한 듯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미국에서 상장한 쿠팡이 물류센터 화재, 불매운동, 새우튀김 ‘환불 갑질’ 논란 등 잇단 악재 속에서도 상승세다. 30달러 후반대에서 머물던 것이 최근 40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웃을 수만 없는 노릇이다. 해외 주식 투자자(서학개미)는 덜어내고 있어서다. 고향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쿠팡은 뉴욕거래소에서 1.47% 오른 40.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화재가 나기 직전인 16일 종가 대비 3.49% 올랐다.
최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성공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해외 투자를 하는 ‘서학개미’가 쿠팡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이후 시작된 불매운동 등에 따른 부담에 미국 투자 바구니에서 쿠팡을 덜어내고 있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3월 11일 상장 이후 이날까지 기준 쿠팡의 누적 순매수결제 규모는 1억1875만달러다. 화재 발생 시점(현지시각 17일) 대비 115만달러나 줄었다.
서학개미는 쿠팡의 상장 첫 달(3월11일~4월9일) 집중적으로 담았다. 순매수 규모만 9163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애플과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담은 미국 주식 5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후 매수 규모가 차츰 줄었지만, 4월(12일~5월11일) 1412만달러, 5월(12~6월11일) 1115만달러 등으로 꾸준히 담아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쿠팡 화재 이후 꺾였다. 일간 순매수규모로 보면 17일까지 매수규모를 늘려왔던 서학개미는 18일부터 매도로 돌아섰다. 3만달러어치를 내다 판데 이어 22일과 23일에는 61만달러, 51만달러 어치를 팔았다. 국내에서의 쿠팡 분위기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17일 발생한 불은 엿새만인 22일에서야 완전히 꺼졌다.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12만7178.58㎡에 달하는 물류센터 건물은 모두 불에 타 뼈대만 남았다. 피해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쿠팡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에 쿠팡탈퇴 쿠팡불매 같은 해시태그()를 단 글이 급증한 상태다. 쿠팡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유가족 지원책을 내놨지만,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 달라는 소비자의 거듭된 요구에 시달리던 식당 주인이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쿠팡이츠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쿠팡이츠는 입장문을 통해 악의적인 비난 피해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의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미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수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다음달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온라인으로 단독 중계하기로 한 상태다. 그럼에도 서학개미의 팔자 분위기는 바뀌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가 흐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최근 쿠팡 관련 부정적 요소들의 경우) 정서적으로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사업자체의 문제 등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 ESG 요소로 보면 민감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