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두산중공업

by김영수 기자
2020.09.07 16:08:44

1.3兆 유상증자·두산퓨얼셀 대주주..재무구조 개선·사업 시너지 기대
‘연료전지·풍력·중소형원자로·가스터빈’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 구축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두산 그룹주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끝이 보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두산 구조조정의 도화선이 된 두산중공업(034020) 주가는 연초대비 3배를 웃도는 1만6000원대로 뛰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두산중공업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고 표현하다. “구조조정이 시작될 즈음, 왜 주식을 사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소리마저 들린다.

두산 구조조정은 매우 속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한때 두산베어스 매각 여부를 둘러싼 해프닝이 언제 있었는지 모를 정도다. 두산 구조조정은 지난 4일을 기점으로 8부 능선을 넘은 듯 하다. 두산은 지금까지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모트롤BG 지분 매각(매매계약 체결 기준)을 완료했으며 매각대금은 총 1조4096억원에 이른다. 앞으로도 두산타워,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순조롭게 매각된다면 애초 계획했던 3조원의 자구안 마련에 근접하게 된다.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두산중공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지난 4일 이사회를 통과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박정원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두산퓨얼셀 지분(23%) 무상증여는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에 탄력을 불어넣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실제 자본확충 절차가 마무리되면 두산중공업의 자본 규모는 4조7726억원으로 증가하며 부채비율은 177.34%로 낮아진다. 올 상반기 기준(별도) 자본 규모 2조8899억원, 부채비율 292.88%를 고려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재무구조 개선뿐 아니라 두산중공업은 구조조정 착수 당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발전용 수소연료 전지를 제작·공급하는 두산퓨얼셀을 등에 엎고 가스터빈,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중소형원자로, 수소연료전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되서다.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사진=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중 복합효율이 가장 높은 인산형 연료전지(PAFC)를 생산하는 두산퓨얼셀 역시 두산중공업의 EPC 역량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두산퓨얼셀은 특히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연료전지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시장 진입 후 3년 만인 지난해 수주 1조원을 넘어섰으며 올 상반기 기준 수주 잔액이 2조6223억원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매섭다. 오는 2023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에 두산퓨얼셀은 라인 증설을 위한 3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결정한 상태다.

두산중공업 역시 국내 최초 액화수소플랜트 사업,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두산퓨얼셀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실제 수소 가스터빈 개발에 착수한 두산중공업은 2025년까지 기술개발 완료후 실증과정까지 거쳐 이르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로 편입된 두산퓨얼셀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사업에서 2026년까지 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소형모듈원전 사업에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이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최종 마쳤기 때문이다. 소형모듈원전 모델이 미국 NRC 설계인증 심사를 모두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기기 등 13억달러(약 1조5300억원) 규모의 기자재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두산중공업의 SMR 관련 첫 수주는 발전사 UAMPS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부터 주단소재·주기기 등을 본격 수주하고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수소경제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 간 사업적 시너지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두산퓨얼셀의 경우 투자 확대 등 여러 측면에서 지금보다 여건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