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6.05.16 16:16:35
캠코 이어 산은도 직원 개개인테 동의서 받아
기업銀, 인트라넷에 성과평가 방안 공개
노사 갈등은 더 격렬..9월 총파업 결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금융공기업에 채찍을 가하겠다고 밝힌 이후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성과급제는 금융위에서 지난 3월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과장, 차장급에 대한 개인별 평가제도 도입 및 이에 따른 기본급, 성과급제 차등화, 성과급 비중 30% 차등 등을 담고 있다. 금융공기업은 이런 내용으로 이달말까지 취업규칙을 개정하면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반면, 타 공기업보다 늦게 개정하면 총 인건비 동결은 물론, 해당 기관장 평가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행내 인트라넷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세부 평가 방안을 공개했다. 기존엔 팀별로 성과평가를 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차등화했으나 앞으론 과장, 차장 등 4급에 대해서도 개인 평가를 도입하겠단 것이 골자다. 개인 평가를 통해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을 차등화하겠단 얘기다. 개인 평가엔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도입돼 역량 있는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기업은행측은 이를 두고 노조와 협의하거나 직원 개개인한테 동의서를 받는 등의 절차를 밟아갈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답보 상태에 놓이자 지난 주 직원 개개인한테 동의서를 받았다. 산은 관계자는 “상당 부분 직원이 동의서에 사인했다”며 “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해간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를 명분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만큼 산은도 이런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는 지난 13일 산은 노조가 성과연봉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94.9%가 반대표를 던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라 향후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 합의가 교착상태인 수출입은행도 산은처럼 직원 개개인에게 동의서를 받는 방식에는 착수하지 않았지만 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수은 관계자는 “아직 강제적인 시도는 없지만, 산은이 동의서를 받는 상황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당근과 채찍을 두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 사측과 노조가 협상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실상 사측은 시간이 부족한 상태다. 결국 밀어붙이기식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조는 9월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산은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고, 그로 인해 산은은 1조8000억원의 부실에서 4조원 수준의 부실을 떠안게 생겼는데 이에 따른 자본확충 논의를 성과연봉제 도입과 연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