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광화문광장의 외침

by고준혁 기자
2016.04.20 18:17:22

장애인단체연합 투쟁대회.."4년째 부양의무제·장애인등급제 폐지 요구"
"시혜와 동정 아닌 차별철폐를"..박주민 당선인 “장애인 복지제도, 모두를 위한 것”

제 36회 장애인의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시혜와 동정은 싫다. 장애인 차별 철폐하자!”

제 36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0여 장애인단체 모임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투쟁결의대회에 모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약 300여명(주최측 추산)은 함께 이렇게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인 이형숙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공동집행위원장이 자신의 경험담을 먼저 꺼냈다. 이 위원장은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불쌍하다며 요거트를 주더라”며 “‘나는 불쌍하지 않다’고 말했더니 그래도 ‘몸 건강해야 한다’며 동정의 눈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아주머니에게 요거트를 받으며 ‘그래도 다른 장애인분들에게 불쌍하다고 하면 안 돼요’라고 했다”며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회무대에 선 인사들은 정부의 장애인 정책도 ‘시혜’ 차원에 머물러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공분을 산 정책은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4년 전부터 폐지를 주장한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다.

이필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장애인등급제에 대해 “3등급·2등급의 등급을 매기는데 요즘엔 소도 ++A 등급이다”고 비꼬았다. 이 회장은 또한 “(장애인들이) 혼자 살고 싶지만 부양의무제 때문에 자립의 길이 막혀있다”며 “이 나라에선 왜 우리 가족이 당사자(장애인)에게 가장 부끄럽고 미움받는 존재여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필윤씨도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세월호 추모공간이 있는 이곳에 올 때마다 광화문역 안에서 매일 집회하는 장애인 여러분들을 모았다”며 “지금 이렇게 여러분들이 길거리에서 계시는 것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지체장애 2급인 박정숙(56 여)씨는 “농성을 시작한지 4년째 됐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어 너무 슬프다”며 “내년 장애인의 날은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1급인 유창욱(40)씨는 “장애인들이 250만명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아마 1%도 안 온 것 같다”며 “나도 TV로 장애인 집회를 보고 ‘왜들 저러고 있을까’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더 많은 분들이 나오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장애인 관련 단체 외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 관계자들이 함께해 연대의 뜻을 표했다.

더민주 소속 박주민 당선인(서울 은평갑)은 “약 90%가 후천적 장애인임을 감안하면 장애인 제도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복지제도라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장애인 차별이 있고 투자는 OECD 평균 4분의 1정도로 형편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복지제도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며 그런 관점에서 20대 국회에서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대회를 마치고 2시간 가량 광화문 일대를 순회했다. 이후 오후 6시부터는 다시 광화문광장에서 인권영화제를 여는 등 행사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