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BM까지 中 수출 통제 품목에…삼성·SK 영향은
by김소연 기자
2024.12.03 17:09:55
사실상 중국 수출 모든 HBM 제품 모두 막혀
일부 중국 수출 물량 있는 삼성전자 영향 받을 듯
"한국도 中 수출통제 제도를 갖추란 무언의 압박"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로 중국 기업들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게 하면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에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중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은 이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HBM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길은 모두 막히게 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 가속기 핵심 반도체다. 전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안팎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저사양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HBM 대중국 수출 비중이 30%에 달한다는 추측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 물량 대부분을 미국 엔비디아에 판매하고 있어, 대중 HBM 수출량은 많지 않다.
이번 통제 대상에서 로직칩과 함께 패키징 된 이후의 HBM은 통제 대상이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로 보내는 HBM의 경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사양 HBM2의 경우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허가 예외 신청이 가능하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개별로 제품마다 미국에 수출 허가 신청을 했을 때 허가를 해주는 것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일부 저사양 HBM 제품은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예외로 둘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제도라는 것이 언제 바뀔지 모르고, 통제하는 HBM 사양이 또 바뀔 수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절차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미국의 통제가 HBM 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수출 통제 조치에는 반도체 장비도 담았는데, 일본과 네덜란드 장비 업체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서 제외됐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 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는 ‘화이트리스트’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도 미국의 의도가 명백히 보이는 조치란 평가다. 김 부연구위원은 “각 동맹국들도 미국 수준의 중국 수출 통제를 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등 중요한 반도체 장비 3개 국가들도 수출 통제 제도를 운영하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