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제로에너지건축…개포1단지·둔촌주공도 인증신청 못해
by김아름 기자
2023.05.08 18:24:01
[내년 '건축물 탄소배출 0' 의무화…건설업계 발동동]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온실가스 감축
업계 "아파트 많은 국내 실정 도외시
공사비 인상에 환경인증 부담만 가중"
'레이크 송도' 'e편한 남양뉴타운' 등
ZEB 인증 통과, 소규모 아파트 불과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상향 조정한 건축물 부문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 의무화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일부 목표치를 수정했지만 건물 부문 감축 목표는 수정하지 않아서다.
당장 7개월 뒤면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제로에너지 5등급 이상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올해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제도는 연면적 500㎡ 이상 공공건축물과 30세대 이상 공공 분양·임대 공동주택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실을 도외시한 탄소배출 감축정책이라며 대대적인 수정이 없다면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8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민간업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달 중 제로에너지 건축 적용 기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과 관계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탄소 중립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탄소배출 감축 로드맵에 맞춰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정부 목표치를 강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의 어려운 부분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층 강화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는 단독주택 위주인 해외와 다르게 아파트 환경 위주인 국내 실정에서는 건축비용 과다, 기술력 부족 등으로 구현이 어려워 의무화 일정 단축 등은 과도한 목표 설정이자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 실정을 잘 안다면 올해 공공 부문에서 제로에너지건축이 제대로 도입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미 ZEB 예비인증을 거친 곳이 있다면 허울뿐인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뜩이나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 원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건축까지 적용하려면 비용은 물론 인증기준 달성 등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낮추고 건축물에 적용하는 목표치 의무화 일정도 재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고층의 대규모 공동주택으로 ZEB 예비인증을 거처 본 인증까지 모두 받은 곳은 극소수 단지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886세대)가 있으며 이후 현재까지 e편한세상 남양뉴타운(604세대) 외에는 저층의 빌라형이거나 한두 동에 불과한 소규모 아파트단지만이 ZEB인증을 통과했다. 실제 내년 완공을 앞둔 반포 원펜타스, 개포주공 1단지, 둔촌주공 등 서울 내 굵직한 재건축 현장에서도 ZEB 예비인증 신청은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