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年20만톤 CO2 잡는 화학공장…롯데케미칼 ‘ESG’ 첨병 나선다
by김정유 기자
2021.04.21 17:00:00
롯데케미칼 여수 NC1공장에 CCU 실증설비 도입
기체분리막 통해 배가스내 CO2 포집·활용 골자
中企와 협업 추진, 국내 화학업계 중 최초 시도
탄소배출권 등 환경 급변, 롯켐 친환경에 ‘액셀’
[여수(전남)=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롯데케미칼(011170) 여수공장의 ‘심장’으로 불리는 납사분해(NC) 1공장. ‘석유화학의 쌀’ 에틸렌을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설비인 NC공장 한 가운데에 높이 2m, 길이 2~3m 규모의 ‘독특한’ 컨테이너 박스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관만 봐도 어떤 역할을 할지 가늠키 어려운 이 컨테이너 박스는 최근 롯데케미칼이 방점을 두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상징이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집결된 16개의 기체분리막 모듈들이 화학 원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준다. 롯데케미칼이 지난달 야심차게 도입한 실증설비다.
| 이상중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 책임연구원이 여수 NC1공장에 설치된 기체분리막 설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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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에서 만난 이상중 이노베이션센터 책임연구원은 “CO2 같은 기체들을 파이버(섬유)로 된 분리막으로 걸러내는 기술”이라며 “여수 NC공장 내에 기체분리막이 설치된 5개 컨테이너동을 설치해 전처리 및 분리막 공정을 거쳐 최대 95% 수준까지 CO2를 분리·포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이 실증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기체분리막 활용 탄소 포집·활용(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기술은 NC공장 굴뚝에 배관을 연결, 원료 생산 중에 나오는 배가스를 수집하고 먼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수분 등을 없애 CO2를 포집하는 것이 골자다. 배가스 내 먼지, 황산화물 등을 처리하는 전처리 공정과 전처리를 거친 배가스에서 CO2를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분리막 공정으로 나뉜다. 그간 국내 타 업종에서 기체분리막 활용 CCU 실증 작업을 진행한 적 있지만, 운송과 판매 등 사업성 부족으로 실제 상업화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롯데케미칼 CCU 실증 설비는 컨테이너 내부에 장착된 총 16개 기체분리막 모듈이 핵심이다. 이날 확인한 기체분리막들은 4개씩 총 3단으로 설치돼 있었다. 1단에 설치된 분리막은 직경 6인치, 길이 60인치이며 2단은 직경 4인치, 길이 40인치 크기다. 내부에는 고분자 기체분리막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강소기업 에어레인이 생산하는 폴리설폰 중공사막이 촘촘히 들어 있었다. 마치 가느다란 국수 가락 같은 섬유들이 뭉쳐 배가스내 CO2를 분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3단막과 더불어 나머지 4개 분리막 모듈은 따로 직렬 방식으로 설치돼 설비 효율을 높여준다.
이 책임연구원은 “향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기체분리막의 크기도 직경 8인치 정도로 키워 효율성을 키울 계획”이라며 “현재 실증 설비로는 1시간에 300Nm3(온도 0도, 1기업 조건에서 1입방미터의 기체량)의 배가스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CCU 제어동에선 실제 배가스내 CO2 농도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NC공장에서 방금 나온 배기가스내 CO2 농도는 11.6%였지만 전처리 및 분리막 공정을 거친 뒤 90.0%까지 확대됐다. 배기가스내 CO2 농도를 농축시킨 것으로 그만큼 CO2가 많이 분리됐다는 의미다. 현재 실증 설비를 통해선 연간 650t 규모의 CO2를 포집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3년까지 CCU 설비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상용화까지 여러 숙제가 남아 있다. CCU 공정 중 하나인 압축기(배가스 압력 최적화 공정)의 경우 전력이 많이 소용되는 만큼 이를 최대한 효율화 시켜야 한다. 또한 현재 6~10년 수준인 기체분리막 수명도 대폭 늘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서울 이노베이션센터(연구소)에서 CCU 실증 설비를 원격 제어하며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23년 상용화 시엔 연간 20만t 규모의 CO2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CCU 실증설비 제어실(왼쪽)과 전처리, 분리실증설비(오른쪽). (사진=롯데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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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이처럼 도전적으로 CCU 실증 설비를 도입한 것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환경 문제 때문이다. 국내 유화업계는 원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CO2 처리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고 추가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고 있다. 업체들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연간 비용도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에 이르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화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ESG 경영 트렌드 확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유화업체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벗어나고자 생산 현장에서도 친환경 공정을 적극 개발하거나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생산 현장에서의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탄소중립성장 추진 등을 골자로 한 ‘그린 프로미스 2030’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며 친환경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번 여수공장내 CCU 실증 설비 도입도 이의 일환이다. 더불어 국내 강소기업과 협업해 국산 기술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도 ESG 경영 강화의 한 부분이다.
박수성 롯데케미칼 생산본부장은 “현재 CCU 설비는 강소기업 에어레인과 협업해 원활히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ESG 트렌드가 거센 만큼 생산 현장에서 환경 부문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남상아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 연구원이 실증 중인 기체분리막 미니 모듈을 들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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