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방송연기자도 노동자"

by노희준 기자
2018.10.12 17:03:23

대법, 노동자성 인정한 원심 그대로 확정
"방송연기자 별도로 출연료 등 교섭 가능"
방송연기자도 방송사 지휘 감독 받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재심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한국방송연기자들이 KBS 방송사를 대상으로 독자적인 출연료 등 교섭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방송연기자 약 4386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한국방송을 상대로 2012년도 출연료에 관한 협상을 하다 한국방송이 교섭을 거부하자 방송연기자들과 한국방송 소속 다른 노동자들을 별도로 교섭단위로 분리해달라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요구했다.

지노위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중상급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근로자성을 부정하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중노위의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방송연기자들은 자신의 연기력, 대중적 인기 등의 무형적 자산을 가지고 각 방송국이나 기타 그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은 후 그에 따라 연기나 기타 연예활동을 하는 사업자”라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방송연기자들이 조직·가입한 그들의 이익집단이라고 봐야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방송연기자들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송연기자의 연기는 연출감독이나 현장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며 진행된다”며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연기자들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 방송연기자는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장소가 있지는 않으나 기본적으로 연기 과정에서 참가인이 결정한 시간과 장소의 구속을 받는다”며 “방송연기자의 출연료는 연기에 의한 예술적 가치를 평가한 것이라기보다는 연기라는 노무 제공 자체의 대가로 정액의 급여를 지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