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깎은 SOC, 내년 예산안 협상카드로 부상(종합)
by조진영 기자
2017.11.29 15:42:06
소소위·2+2+2·원내대표 3트랙 협상..정치적 타협 염두
20% 삭감, 지역민심에 영향..한국당·국민의당 민감
수도권 의원 중심인 민주, SOC 예산 아쉬울 것 없어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긴급 예산회동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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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이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키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이 정부가 줄였던 SOC 예산을 일부 증액하는 방향으로 야당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호남KTX 2단계 사업’에 대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호남KTX 2단계 사업이란 KTX가 광주송정역에서 목포역으로 갈 때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안으로 호남지역 숙원사업 중 하나다. 정부는 무안공항을 경유하지 않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합의문에서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계획안을 즉각 변경할 것을 촉구한다”며 “동시에 관련 예산안이 2018년도에 편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이 호남지역 SOC예산 편성에 합의하면서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지원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던 내년도 예산안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국회에 2018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SOC 예산을 20%가량 삭감했다. 올해 다 쓰지 못하고 남은 예산이 많은데다 이를 복지예산으로 전환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예산이 가장 많이 삭감됐다”며 호남 홀대론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이날 발표는 증액심사를 통해 이를 일부 예년수준으로 복구하면서 국민의당을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 별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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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민의당을 먼저 끌어안는 이유는 국민의당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 표결을 통해 확정되는데 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당,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부 예산안에 우호적인 표를 모두 합칠 경우 130표로 과반에 못미친다. 정부 예산안에 반대입장을 가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한애국당,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표를 더하면 130표에 육박한다. 40표를 쥔 국민의당을 설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다만 민주당도 한국당을 배제한체 표대결로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예산안은 형식상 표결임에도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되는게 관행인데다 자칫 영남홀대론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SOC 예산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지역구 SOC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려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지원 예산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사업인만큼 양보가 불가능하지만 SOC 예산은 양보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실 비서관은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대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돼있어 애초에 배정된 SOC예산 자체도 적고 아쉽지도 않다”며 “호남과 영남 중소도시에 집중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절실한 예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 27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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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원들의 요구는 속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예산안 조정을 3당 간사로 구성된 소소위원회로 넘겼다. 한국당 정책위의장인 김광림(경북 안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마지막 회의에 입장하자마자 ‘지역별 SOC 삭감 예산 현황’ 판넬을 들고 “전체로 보면 SOC예산이 20%나 깎였는데 대구·경북 지역 SOC 예산이 52%나 깎였다”며 “예산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선(강원 원주갑) 한국당 의원도 “강원도는 70%나 줄었다”고 말했다.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한국당 의원은 “경기도가 수도권이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증액을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소속의원 40명 중 호남 지역구 의원이 23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애초부터 정치적 타협을 염두에 둔 협의체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내년도 예산안 논의를 위한 협의체는 3당 예산소위 간사들로 구성된 예산소소위원회,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된 2+2+2 회동이다. 3당은 두 협의체의 논의가 답을 내지 못할 경우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3트랙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3개 협의체 모두 예산안을 결정하는 공식적인 회의는 아니라서 속기록이 남지 않는다. 여야는 매일 진행상황을 브리핑하고 있지만 “조금 진전됐다”, “이견이 좁혀졌다”는 발표 외에는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