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금연정책에 반기 든 필립모리스
by함지현 기자
2017.11.13 17:12:13
''담배광고금지'' 입법예고하는 날…아이코스 안전성 연구결과 발표
복지부 "''덜 해로운 아이코스'' 간접광고 우려"
''가격 인상 위한 포석'' 지적도…사측 "유해성 설명하는 자리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한국필립모리스가 담배 광고를 전면 제한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보건복지부가 담배의 포괄적 광고를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날, 보란 듯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안정성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안정성에 대한 새로운 결과를 내놓는다는 목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결국 ‘덜 해로운 담배’로 잘못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건당국의 해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오는 14일 아이코스와 관련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는 것을 증명할 새로운 연구결과가 제시된다.
흡연자와 흡연을 하다 금연한 사람, 아이코스로 전환한 사람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아이코스로 전환한 사람이 금연한 사람과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보건당국은 필립모리스의 이번 발표가 단순한 연구 업적을 밝히는 것을 넘어 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담배회사가 담배 판매인에게 광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나머지 광고는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유해한 담배의 간접적 광고행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보건 당국은 오는 14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담배 판촉 및 유사 할인행위 금지 △수제담배 판매 금지 △담배 이용 정보 공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다.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의 유해성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간접적인 광고로, 정부가 나서서 금지하려고 하는 담배 이용 정보 공개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해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인 만큼 현행법상 문제될 것은 없다”며 “다만 정부에 제출하면 될 유해성과 관련한 정보를 행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홍보의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해성과 관련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담배 이용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입법예고 예정인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향후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필립모리스의 이번 행사는 우연히도 보건당국이 추진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는 날 진행된다는 점에서 정부 측에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 공개가 아이코스의 가격 인상을 위한 사전단계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필립모리스는 그동안 아이코스의 유해성과 가격을 연동해 왔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는 개별소비세가 인상되기 전부터 아이코스는 유해성이 적은 만큼 일반 담배보다 세금이 적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세금을 올리면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하지만 국회가 개소세 인상을 결정하면서 세금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되자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명분으로 유해성이 낮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국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개소세 126원이 529원으로 오르면서 담배소비세(528원)·지방교육세(232원)·국민건강증진부담금(438원)도 각각 897원·395원·750원으로 인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필립모리스는 유해성이 적으면 세금을 덜 내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 내왔지만 이제 세금인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현재 4300원인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을 위한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며 “유해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들의 동의를 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 측는 단순히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일 뿐 간접 광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가격 인상과도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유해성에 대해 설명을 하는 자리인데 광고로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격 인상의 포석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비전은 모든 흡연자가 덜 해로운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만약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높아진다면 소비자들이 전환하는 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해성 관련된 부분이 가격 인상의 논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 여부나 인상 폭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