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궐련형 전자담배는 흡연자 건강에 정말 이로울까
by최은영 기자
2017.08.24 16:15:28
아이코스·글로 증세 논란의 핵심은 ‘유해성’의 정도
“위해성 일반담배 10% 수준”vs“국내외 공인된 검증결과 없어”
타르 0.1mg, 8.0mg도 세금 같은데···日과 다른 패키지도 착시현상
| 일본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전용 담배스틱(사진)과 한국 출시 제품. 일본 제품에는 ‘말보로’라는 궐련 담배 브랜드명이 적혀 있지만 국내에선 ‘히츠(HEETS)’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 제품은 불이 붙지 않도록 연초 부분을 호일로 한 번 더 감싼 것도 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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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은영 유통전문기자]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 추진 움직임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쪽에선 일반 담배와의 과세 형평성을 들어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선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회 입장도 갈리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당초 23일 통과시키기로 했던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28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기재위 내 위원들 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유해성 논란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담배회사들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0% 정도 적다고 신종 전자담배를 홍보하고 있다. 일반 담배처럼 실제 담뱃잎을 사용하지만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전기로 가열해 흡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가 남지 않으며 연기와 냄새 또한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반담배가 구운 고기라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삶은 고기로, 흡연자의 건강에 좋은 담배인만큼 세금을 적게 매겨야 한다는 논리인데, 과연 이러한 주장은 타당할까.
궐련형 전자담배의 낮은 세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유해성의 정도가 검증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유해물질을 90% 정도 낮췄다고 하지만 이는 담배회사들의 자체 조사결과일 뿐이다. 필립모리스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는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따져볼 계획이지만 기존에 없던 제품 유형으로 기준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해 결과는 빨라도 1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 5월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이 조사해 미국 의학협회지(내과학)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아이코스 증기에서 합성원료와 살충제 원료인 아세나프텐이 일반담배의 3배 수준으로 많이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아크롤레인, 포름알데히드도 일반담배와 비슷한 함유량을 보였다.
22일 열린 조세소위에서 신종 고체형 전자담배를 일반 궐련과 동일한 수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 내린 배경도 건강 위해성에 관한 ‘국내외 공인된 검증결과가 없다’는 것에 기초했다. 일반 궐련도 건강 위해성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지 않은 점 등도 감안했다. 현재 일반 궐련담배는 O.1mg 초저타르 제품부터 8.0mg 고타르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타르 함량과 관계없이 동일한 세금을 적용받고 있다.
담배 자체의 유해성뿐만 아니라 흡연빈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이 적게 포함돼 있으면 담배를 더 자주 피우게 돼 건강을 해치는 정도는 결국 유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대표 상품인 ‘아이코스’는 전용기기에 연초 스틱을 끼워 사용하는 형태인데 스틱 한 대를 피우고 나면 약 4분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해 줄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 인식이다. 하지만 ‘아이코스’에 이어 출시된 ‘글로(glo)’는 충전기와 가열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별도의 충전시간이 필요 없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글로’를 사용하는 한 흡연자는 “담뱃재가 날리지 않고 냄새가 덜 나는 등의 장점은 있지만 확실히 담배 맛이 순하니 너무 자주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경향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아이코스’는 전 세계 25개국에 출시됐지만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점유율이 8.8%까지 상승했다. 일본 이외의 나라에선 1~2% 미만의 낮은 점유율을 보이는 등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국에서 ‘아이코스’가 담배의 유해성을 획기적으로 줄인 담배로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과 다른 패키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아이코스 전용담배에는 필립모리스의 대표적인 궐련 제품인 ‘말보로’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한국 출시 제품에선 ‘말보로’라는 제품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히츠(HEET)’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패키지만 봐선 얼핏 담배인지조차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말보로는 전 세계 여러 담배 제품 가운데 담배 맛이 특히 강한 브랜드로 인식된다. 국내 시판 중인 궐련담배 가운데 가장 타르 함량이 높은 제품도 ‘말보로 레드’(8.0mg)다.
‘글로’ 제조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가 전용 담배 스틱에 자사 대표 궐련 브랜드인 ‘던힐’을 살려 ‘던힐 네오스틱’으로 이름 붙인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일반 궐련 담배와 다른 제품임을 강조해 세금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일본 출시 당시엔 ‘히츠’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 전으로 최근 출시된 국가들에선 ‘말보로’라는 브랜드 대신 ‘히츠’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며 “찌는 담배라는 제품 특성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해 지은 이름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제품 형태도 다르다. 한국 아이코스 전용 담배 스틱은 담뱃잎을 종이로 감싼 일본 제품과 달리 알루미늄으로 보이는 얇은 호일이 한 겹 더 덧씌워져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불을 붙여 태우는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루미늄 호일을 가열했을 때의 위해성에 대한 조사 역시 이뤄진 바가 없어 보다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필립모리스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사진 왼쪽)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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