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전세난 가중시킬 수 있어"

by이승현 기자
2015.12.02 14:59:42

서울시, 임차인 거주안정성 제고·전셋값 안정 기대
"전세 임대임 규제책..전셋집 공급 더욱 줄일 것"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시가 전월세 임대주택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중앙정부에 촉구하고 나서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임차인들의 거주 안정성이 높아지고 전셋값 폭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기간 2년을 보장하고 있으나 2년이 지나면 집주인의 일방적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 계약기간 2년이 지난 후 세입자가 2년간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어 총 4년간 같은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단 세를 밀리거나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없이 타인에게 전대한 경우 등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없다. 당연히 세입자 입장에서는 거주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 계약 연장 시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기 때문에 전세주택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급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전월세전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세입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1월 보증금 2억원, 계약기간 2년의 전세 계약을 체결해 살던 세입자가 올해 1월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 최대 2억 2000만원으로 2017년 1월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집주인이 이를 반전세로 돌리려고 할 때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월세전환율을 연 1할(10%) 또는 기준금리 4배(현재는 6%) 중 낮은 값을 선택해 적용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국회와 중앙정부가 이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세주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전세 임대인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 전세주택 공급이 더욱 줄어들어 전셋값이 폭등하고 월세 전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때 전셋값이 연간 20%가량 올라 전세난을 오히려 가중시켰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29.6%나 급등했었다. 전세 기간이 늘어나자 임대인들이 전셋값을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약 기간을 연장하면 유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근본적으로 임대주택 시장의 문제는 전세 공급이 줄고 있는 것인데 이를 더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아무리 목이 말라도(전세난 해결이 급해도) 소금물을 마실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계약 기간이 늘어나고 전셋값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임대인들이 도배나 장판 교체를 해주지 않거나 이면계약을 통해 음성적으로 보증금을 인상하는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공급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제도 시행 전 임대료 폭등이나 이면계약과 같은 편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