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겠다'?…다시 목소리 높이는 대통령실

by박종화 기자
2025.01.08 16:00:25

野 의혹 제기에 무고죄 고발 등 대응
국회 현안질의엔 집단 불출석…野, 고발조치

[이데일리 한광범 박종화 기자] 12·3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 속 용산 대통령실이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출석은 거부하면서도 야당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대통령실은 7일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을 무고죄로 고발했다. 민주당이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주현 민정수석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이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며 내란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무고죄 고발 사실을 밝히면서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야당이 대통령실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같은 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역시 자신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에게 계엄의 불가피성을 강변했다는 야당 의혹 제기에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로 선전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관된 방침을 정한 건 아니지만 가짜뉴스를 그대로 두고 있을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직후 메시지를 극도로 자제했던 대통령실은 최상목 권행대행 체제 출범을 전후해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이후 정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집단으로 항의성 사표를 낸 게 대표적이다. 최 대행 만류로 사의는 철회됐지만 사표 파동으로 탄핵 이후 희미해졌던 대통령실의 존재감이 재확인됐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 후엔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를 찾은 여당 의원들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모습은 대통령 탄핵 후 대통령 권한대행 보좌에 집중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와 다른 모습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목소리를 키우는 데는 야당의 공세뿐 아니라 여권 지지층 결집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4~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9%로 지난달 7~9일 조사(30.1%)보다 7.8%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다만 대통령실 참모진은 계엄 사태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모양새다. 국회운영위원회는 8일 정 실장과 신 실장,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 등 대통령 참모진과 경호처 수뇌부를 불러 계엄 사태에 대한 현의 질의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22명 모두 불출석했다. 이들은 관련 수사와 여야 합의 없는 회의 추진을 이유로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운영위는 정 실장 등 현안 질의에 나오지 않은 증인을 모두 고발하기로 했다. 운영위원장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경호처 관계자들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또다시 국회에 불출석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운영위는 오는 17일에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관련해 박종준 처장·김성훈 차장 등 대통령경호처 수뇌부를 불러 현안질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