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윤 기자
2024.12.04 12:41:16
장 초반 1418.8원 터치…2년 만에 ‘최고’
尹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외환시장 ‘변동성’
외국인 국내증시서 4300억원대 순매도
“식물 정부 가능성…셀 코리아 가속화 우려”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변동성이 확대되며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당분간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통화에서 원화가 설 자리가 없는 모습이다. 환율이 단숨에 1440원을 돌파한 만큼 1450원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02.9원)보다 12.85원 오른 1415.7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25.0원) 기준으로는 6.9원 내렸다.
장 초반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개장 직후 환율은 1418.8원을 터치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이자, 장중 고가 기준 지난 2022년 11월 4일(1429.2원) 이후 최고치다. 이후 환율은 1406원까지 급락하다가 다시 1415원으로 올라와 횡보하고 있다.
전날 저녁 10시 23분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예고 없이 긴급 담화를 열고 “야당의 탄핵 시도로 행정부가 마비됐다”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시 50분에는 국회가 폐쇄됐고 이때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다. 정규장 대비 40원이 오른 것이다.
과거에 장중에 42원 이상의 변동폭을 보였던 시점은 IMF 당시인 1997년 12월과 1998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코로나 당시인 2020년 3월이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안건이 가결됐고, 계엄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이에 환율은 1410원대로 내려와 비교적 안정을 찾고 있다.
계엄령이 해제되긴 했지만 한국 정국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원화에 대한 투심이 악화되고 있다. 원화는 불확실성과 패닉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특성을 지닌 만큼 역내, 역외를 가리지 않고 달러 선호도가 높아질 확률이 높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거세다. 국내증시는 2% 이상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1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00억원대를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증시에서 매도하면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글로벌 달러화는 강보합세다. 달러인덱스는 3일(현지시간) 저녁 10시 31분 기준 106.51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49엔대로, 엔화는 강세다. 원화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달러·위안 환율은 7.29위안대로, 위안화도 소폭 강세다.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해 정부도 긴급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개최해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며 “범정부 합동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2월까지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매입 대상 RP를 공공기관 발행 특수채 등까지 확대하고, 모든 은행과 증권사로 매입 기관도 늘리기로 했다.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은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안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당분간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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