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역대 최대 쇄신인사…신유열 부사장 승진(상보)
by김정유 기자
2024.11.28 15:02:51
계열사 CEO 21명 물갈이, 화학군은 10곳 교체
노준형 사장 승진, 그룹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로
이영준 케미칼 첨단소재 대표는 화학군 총괄로
호텔롯데도 CEO 모두 교체, 유통군은 유임 기조
신유열 승진에 70년대 내부 젊은리더 발탁 확대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위기설을 맞은 롯데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시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위기의 근원이었던 화학군에선 이영준 롯데케미칼(011170) 첨단소재부문 대표를 총괄 대표로 앉히는 대신 총 13개 화학계열사 중 10곳의 CEO를 교체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사진)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기존 사업엔 강도 높은 쇄신을, 미래 사업엔 과감한 투자를 전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은 물론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등 유통군의 주요 CEO들은 유임됐다.
롯데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임원인사 키워드는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이다. 전체 임원 수도 전년 말대비 13% 줄고 CEO도 36%(21명)이 교체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다.
우선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시켜 그룹사 사업 구조조정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된다. 노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혁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근 롯데그룹 위기설의 중심이었던 화학사업에선 고강도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부사장)가 사장으로 승진하고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이 사장은 앞으로 기초소재 대표도 겸임한다. 그간 기초소재 비중이 높았던 롯데케미칼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기존에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인수합병(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로 내정됐다. 호텔의 글로벌사업 확장과 함께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간 통합 시너지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비상경영 돌입 후 체질 개선에 나서왔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 축이었던 화학군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등 휘청이자 올해 인사에선 고강도 인적 쇄신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총 13명의 롯데 화학군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됐다. 황민재 롯데 화학군HQ 기술전략본부장(CTO)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로 간다. 정승원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로 내정됐다. 검증된 내부 인력을 공격적으로 교체, 인적 변화를 준 셈이다.
화학군내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한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는 롯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다.
호텔롯데 역시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가 모두 물러났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반면 롯데 부회장단과 유통군은 비교적 변화가 적었다. 당초 용퇴설이 돌았던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은 물론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된다.
이동우 부회장은 내년에도 그룹내 위기 관리를 총괄하고 사업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유통과 식품군도 현재 방향성을 살려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핵심은 롯데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부사장 승진이다. 지난해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해왔다. 신 부사장은 롯데의 미래 사업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바이오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며 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롯데그룹은 기존 사업군에선 쇄신 인사를, 미래 사업에 한해서는 신 부사장 중심으로 세대교체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다음달 11일부로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영입한다. 롯데는 신임 대표가 바이오CDMO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롯데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경영 전면에 나선 신 부사장과 합을 맞출 그룹내 젊은 리더들의 발탁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 따르면 롯데는 그룹내 체질 개선과 쇄신을 위해 임원 22%가 퇴임한다. 이 결과 임원 규모는 지난해말 대비 13% 축소됐다. 이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욱 큰 폭이다.
대신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70년대생 CEO를 대거 발탁,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한다.
실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이하 70년생)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 △박경선 롯데엠시시 대표 △장선표 LC 타이탄 대표 △황민재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하 71년생) △성규철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 △윤우욱 한국에스티엘 대표 △최우제 에프알엘코리아 대표(74년생) △최준영 아사히 대표(73년생) △윤원주 롯데중앙연구소장(이하 74년생) △김승욱 롯데벤처스 대표 △김해철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 대표 등 12명의 CEO가 전진 배치됐다.
반면 60대 이상 계열사 대표 8명(35%)을 포함해 60대 임원의 50% 이상이 퇴임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연말 정기적으로 단행해온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며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