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쇼핑 축제'는 없다…이태원 참사에 숨죽인 유통가
by남궁민관 기자
2022.10.31 15:12:34
핼러윈 데이 앞둔 29일 이태원서 전례없이 압사 사고
11월 유통행사들 일단 진행…"협력사·고객 약속이라"
다만 전 국민 애도 동참…매출 줄더라도 ''마케팅 자제''
코세페도 개막식 취소…다만 ''페스타'' 표현·보도자료 배포에 일부 ''유감&a...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유통업계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대규모 행사를 속속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나섰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 등 해외 대규모 쇼핑행사와 맞물려 11월은 국내 유통업계도 평시 대비 매출이 2~3배 증가하는 ‘대목’으로 꼽히지만,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진 현재 상황을 고려해 매출이 줄더라도 최대한 마케팅을 자제하며 애도 분위기에 동참키로 했다.
|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신세계그룹은 31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전사에 걸쳐 진행 예정이던 ‘쓱데이’ 및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겪고 계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다음달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됨에 따라 오늘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진행키로 했던 쓱데이 등 대형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고 말했다.
‘쓱데이’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SSG닷컴 등 18개 계열사가 참여해 2019년부터 전개해 온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대규모 쇼핑행사다. 올해에는 최근 신세계그룹 식구가 된 G마켓·옥션도 합류, ‘빅스마일데이’ 행사도 함께 열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준비한 제품 물량만 2조원 규모에 달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중소 협력사와 셀러(판매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일상적인 수준에서의 행사만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식 취소 관련 공지문.(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캡처) |
|
지난 27일부터 8개 계열사가 미 대규모 행사를 시작한 롯데그룹은 일단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하되 관련 마케팅 전략은 급히 수정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해 지난 27일부터 ‘롯케데이’를 진행 중인 롯데그룹은 당초 예정한 다음달 9일까지 행사를 진행하되 관련 마케팅을 최대한 축소키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관련 행사들은 협력사 및 소비자와 약속이기 때문에 진행한다”면서도 “30일부터 각 점포 오픈 전 사인물과 홍보물 등은 모두 철수했다. 광고나 정보 제동 등 마케팅 알림 문자 역시 국가 애도 기간 일절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연중 최대 규모 행사를 펼칠 예정이었던 11번가와 티몬 등 유통업체들도 같은 분위기다.
우선 11번가의 경우 사명에 따라 2008년부터 매년 ‘11월 11일’에 맞춰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연중 최대 규모 행사인 ‘십일절 페스티벌’을 전개하지만, 올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1번가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중소 셀러들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행사인만큼 이들의 어려움도 감안해 행사는 일단 진행하고자 한다”며 “다만 십일절 페스티벌에 포함된 ‘페스티벌’ 표현과 웹·앱 내 축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모두 없애고, 대신 ‘그랜드 십일절’이란 이름으로 변경해 차분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티몬 역시 참사 직후 핼러윈 데이 관련 기획전과 마케팅을 모두 종료하는 동시에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몬스터절’ 행사는 준비했던 할인 프로모션을 조용히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가 11월 각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행사에 발맞춘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정상 운영된다. 단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무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개막식 행사는 취소됐다. 이와 관련 일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개막식 취소에 더해 행사명에 ‘페스타’ 표현을 없애고 보도자료 배포를 자제하는 등 유통업계 애도 분위기를 더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