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연금 외환스와프 확대에도 환율, 1440원대 후반 '살얼음판'

by정두리 기자
2024.12.19 14:46:49

오후 2시 43분 기준 1449.30원
FOMC 결과에 따른 강달러에 1453원으로 출발
日 기준금리 동결에 엔화 약세…원화 약세 요인 더해
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하고 한도 확대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에 장 후반에도 1440원대 후반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외환당국은 19일 오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자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650억달러로 증액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사진=AFP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43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35.50원)보다 13.8원 상승한 1449.3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1450원 선에서 당국의 미세 조정과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 출회 등에 대한 경계감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39.10원) 기준으로는 13.9원 올랐다.

개장 이후 환율은 1450원선을 두고 오가던 환율은 오전 10시께부터 1440원 후반대로 소폭 낮아졌다. 오후에도 환율은 1440원 위에서 움직이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여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25bp(1bp=0.01%포인트) 내리면서 세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이어갔지만, 내년 금리인하 폭은 기존 100bp에서 50bp 수준으로 대폭 줄여 잡았다.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FOMC 결과에 따른 달러 강세와 역외 롱플레이(달러 매수)에 힘입어 상승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3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400억원대를 팔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현지시간 저녁 12시 26분 기준 108.07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환율을 더욱 밀어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은행은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연 0.25%에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리 동결 결정 이후 오후 12시경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44엔까지 치솟으며 약세를 나타냈다. 155엔을 넘어선 것은 약 한 달 만이다.

임환열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물량이 유입되면서 상단을 막아주고 있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강달러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로 엔화 가치가 계단식으로 하락을 했는데, 아무래도 엔화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원화의 특성상 원화도 약세 흐름을 면치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외환 당국은 시장 안정화 조치에 돌입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금융권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하고,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은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나 배당 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건전성 부담을 경감해 기업금융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이달 말 만료되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내년말까지 연장하면서 한도를 종전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 기관이 외환 스와프를 맺게 되면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을 사는 등 달러를 매수해야 할 때 시장 대신 한은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게 된다. 한은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원화를 받고 달러를 내주는 것인데, 이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를 당국이 흡수함으로써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 상향하는 기간을 내년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상향 조정하면 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위해 달러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선물환 매수 포지션이 돼 외화를 차입해 시장에 매도하기 때문이다. 달러 공급 증가는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된다.

임 연구원은 “당국의 시장의 안정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나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강달러 압력이 진정되는 것이 우선인데, 당분간 1440원 후반대의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