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연산군" 파국 치달은 민주당…'명문갈등' 악화일로

by이수빈 기자
2024.02.28 16:59:18

임종석, 전략공천 '컷오프' 재고 요청
비명계 "반대 세력 다 제거하는 공천"
기동민·홍영표·변재일·이장섭 등 컷오프
지도부선 "시스템 다 갖춰져 있다" 일관

[이데일리 이수빈 김혜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두고 연일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안팎으로 ‘비명학살, 친명횡재’ 공천 논란이 거세지는 중에도 당 지도부는 28일 “지금 민주당의 깃발이자 상징은 이재명”이라며 이른바 ‘명심(明心)’ 공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비명(非이재명)계’는 공천의 최종 목표가 총선 승리가 아닌 이재명 사당(私黨)의 완성이라고 맞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구갑 전략공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 중·성동구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임 전 실장은 사실상 공천배제(컷오프) 된 것으로 보인다.

공천 파동의 뇌관이자 친문계의 상징적 인물인 임 전 실장이 컷오프되며 ‘명문정당’을 외치던 민주당은 ‘명문대전’으로 가는 기로에 서 있다.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참담할 뿐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친문계 윤영찬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이 길은 이기는 길이 아니다. 지는 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8월에 있을 당대표 선거나 2027년 대선의 측면에서 봤을 때 라이벌 자체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생각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탈당을 시사한 설훈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어떻게 아부해야 이재명 대표에게 인정받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만 고민하는 정당이 됐다”고 비판했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서도 “윤석열 정권에 고통받는 국민은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어떻게 해야 교도소를 가지 않을까만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힐난했다.



홍영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안에서 이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비판하는 사람들, 반대 세력은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겠다 하는 식의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격화하는 시점에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친문계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일부 지역구를 또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하며 ‘비명 컷오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공관위는 이날 총 6곳을 전략지역구로 정해 △기동민(서울 성북구을·재선) △안민석(경기 오산시·5선) ) △홍영표(인천 부평구을·4선) △변재일(충북 청주시 청원구·5선) △이장섭(충북 청주시 서원구·초선) 의원이 컷오프됐다. 함께 전략지역으로 이관된 경기 용인시을에선 비례대표인 권인숙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으나 이언주 전 의원과 경선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이 터져 나왔음에도 당 지도부는 전혀 다른 상황 인식을 보였다. 고민정 최고위원이 빠진 친명 일색 최고위원회는 이날 ‘명심’ 경호에 앞장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4년 전 총선에서 친문 아닌 의원이나 후보가 있었나. 다 문재인 이름 걸고 후보 되고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재명은 안되나”라고 되물었다.

박정현 최고위원은 “공천 성적표를 받은 분들 중 본인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당의 공적 평가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취재진을 만나 공천 파동에 대해 “이미 1년 전에 특별당규로 정해져 있고, 그 시스템에 따라서 평가가 있고, 새롭게 구성된 기구들의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심사 결과로 좋은 후보들이 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