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CJ·현대차 두루 거친 융합맨 윤경림…로보틱스 확장 기대감
by김현아 기자
2023.03.07 18:44:41
KT이사회, 만장 일치로 윤경림 후보자 낙점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 TaaS사업부장 역임
윤경림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네트워크 인프라 운용 각별히 챙길 것"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 이사회(의장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임직원 5만 8,000여 명을 이끌 KT그룹 차기 대표이사(CEO)로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내정한 가운데, KT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급락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KT 주가는 구현모 대표 취임 이전 1만 9,000원대에서 구 대표의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전략 덕분에 3만 8,000원(2022년 8월1일)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과도한 개입 이후 3만 원대로 폭락했다.
IT 업계에선 LG, CJ, 현대차그룹을 거친 윤 후보자의 다양한 경험이 AI(인공지능)·DX(디지털전환) 시대 KT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 TaaS사업부장으로 근무한 경험은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성장 기대감을 낳는다.
KT 이사회는 7일 전원 합의로 윤경림 現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앞서 이사회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CEO 선임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모든 인선 과정에서 사내이사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공개모집을 통해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군을 구성했고, 5인의 외부 인선자문단을 통해 4명의 후보자를 압축했다. 이후 이날 심층 면접을 본 뒤, 윤경림 후보자를 차기 CEO 후보로 정했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新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대표이사 후보로 참여해주신 분들께 KT 이사회를 대표해 깊이 감사 드린다”면서 “정부와 국회 등에서 우려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윤경림 후보자는 KT에 세 번이나 입사한 인물이다. 남중수·황창규·구현모 등 전직 CEO들이 그를 탐냈다.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에서 영업부문장(전무)로 일하던 그를 2006년 남중수 당시 KT 사장 직속으로 신설된 신사업추진실장으로 영입했고, 이석채 전 회장 시절 CJ로 나가 있다가, 2014년 황창규 회장이 회장 직속 부서로 신설한 미래융합전략실장으로 윤경림 후보자를 전격 영입했다.
그는 이후 2019년 현대자동차로 이직해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이끌다가, 2021년 구현모 현 대표가 KT 그룹사 혁신 및 인수합병(M&A)를 맡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으로 발탁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이 그의 능력을 인정해 영입하는 등 순리대로 이사회가 결정한 것 같다”고 평했다.
KT 임직원들은 윤경림 후보자에게 정부와의 관계 복원에 노력해 달라면서, KT 근무 경력이 짧은 만큼 전체 KT 인을 끌어안으려는 의지를 보여 달라고 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과 함께, 네트워크 품질 관리 등 기본에 충실해 달라고도 했다.
KT의 차기 CEO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후보자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의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그가 3월 주총을 통과하지 못하면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가 끝나 이사회가 관리대행을 결정하게 되는데, 정관상 직제규정에 따르면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이나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미등기 임원 중 1명이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임시 CEO직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반대 가능성은 여전하고, 주요 주주인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도 정치권이 압박하면 반대하거나 기권을 택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8.29%)이고 현대차의 2대 주주(7.78%)다. 하지만, 40%에 달하는 해외 투자자나 소액주주들은 KT 경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 표 대결이 이뤄져도 통과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규제 산업인 통신의 특성상, 대통령실이나 여권과의 소통은 커다란 숙제로 남았다.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의원과 김영식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후보 4인이 전·현직 임원인 것은 그들의 이익카르텔을 증명한다”고 이사회를 압박한 만큼, 정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윤경림 후보자는 소감문을 통해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면서 “여러 주주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는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