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부사장 추천…회장과 '찰떡 호흡'·전략통

by노희준 기자
2022.02.07 16:50:59

우리금융 자추위 개최, 행장 단독 후보로 결정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면 임기 2년 행장
'디지털 전환' 및 글로벌 진출 확대 등 과제
소감 계획 묻자 "정리된 메시지 내놓겠다" 말아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완전 민영화된 우리금융지주 체제의 사실상의 첫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이 추천됐다. 그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전략통’으로 향후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강조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빅테크(대형IT기업)와의 한판 승부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우리금융그룹은 7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우리은행 등 8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완료했다. 자추위는 이원덕 수석부사장을 우리은행장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이 수석부사장은 추후 은행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으로 선임되면 임기 2년의 행장직을 시작한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만간에 정리된 메시지를 내놓겠다”며 향후 계획과 소감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앞서 자추위는 지난 28일 이 수석부사장과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보를 차기 행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선정했다. 권광석 현 행장은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탈락한 박화재 부행장과 전상욱 부행장보는 향후 우리금융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날 우리금융 이사회는 완전민영화 이후 적극적 사업포트폴리오 확장 추진, 그룹 핵심 성장부문 강화 및 전 자회사간 적극적 결집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주사 내 사장직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 수석부사장의 단독 후보 추천 배경으로는 우선 손 회장과 오랫 손발을 맞춰오며 검증된 ‘찰떡 궁합’이 꼽힌다. 1962년생으로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은 예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1998년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막판까지 행장직을 놓고 경쟁을 벌인 박 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수석부사장은 여기에 2020년부터는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을 맡으면서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손 회장과 함께 이사회 내에서도 손발을 맞춰왔다. 자추위 측은 “이 내정자가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판과 도덕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완전민영화 이후 분위기 쇄신 등 은행 조직의 활력과 경영 안정성 제고를 위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자추위는 앞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을 선정할 때도 평가과정에서 경영실적 못지않게 지주사와의 시너지 및 관계설정 항목에 큰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15.13%) 중 총 9.3%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우리금융의 최대주주가 예보(정부)에서 우리사주조합(9.8%)으로 바뀌었다. 1998년 한일·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이다.

디지털이 화두인 시대에 ‘전략기획통’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이 수석부사장에 대한 ‘디지털 전환 능력’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금융지주 글로벌전략부장, 우리은행 미래전략부장(영업본부장), 미래전략단장(상무),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해 그룹 내 주요 핵심업무(전략·재무·M&A·디지털·자금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자추위는 “향후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 경쟁요소가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룹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으로서의 경험 등이 높이 평가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차기 행장은 손태승 회장이 추진해온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확대 전략 등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이 좋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과 함께 그렇지 않은 다른 해외 진출에 대한 정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23개국에 448개 네트워크(지점)를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에도 대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화라는 미래에 대한 대비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과 금리 인상 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금융시장 여건에도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기는 일반적으로 이자수익을 증가시켜 은행 경영에 유리한 국이다. 하지만 각 경제주체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는 자산시장 조정과 맞물려 자산이 부실화될 경우 연쇄적인 금융위기가 몰려올 수 있다.

한편, 이날 자추위는 다른 자회사 대표이사 최종후보 추천도 마무리했다. 우리종합금융 김종득 대표이사, 우리자산신탁 이창재 대표이사, 우리펀드서비스 고영배 대표이사,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김경우 대표이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광해 대표이사는 연임됐다. 반면 우리신용정보와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이사 후보에는 각각 이중호 우리은행 집행부행장과 고정현 우리은행 집행부행장보가 새로 추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