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에 추석 전 사퇴 촉구한 오신환…孫 “안들어도 뻔해”

by조용석 기자
2019.08.22 16:16:43

22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
‘孫 선언’ 반박…“총선 승리는커녕 치르기도 어려워”
손학규 사퇴 거부 시 ‘플랜비’ 언급…뾰족한 수 없어
비당권파 사퇴 촉구 무시한 손학규 “얘기할 게 없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손학규 대표를 향해 늦어도 추석 전까지 스스로 물러날 것을 22일 촉구했다. 손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비당권파의 사퇴요구를 일축한 지 이틀 만이다. 잠시 숨을 소강상태였던 바른미래당 계파 갈등이 다시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의 책임을 거론하는 이유는 당원들을 대표해서 당무 집행의 권한을 행사해왔고, 가장 많이 권한을 행사한 순서대로 책임을 지는 것이 책임정치의 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비당권파인 유승민·안철수계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손학규 체제로는 총선승리가 아니라 총선 자체를 치러내기 어렵다는데 모든 당내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손 대표 한 명만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릴 뿐”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오 원내대표는 다음 달 13일 추석 전 손 대표가 자진 사퇴활 것을 촉구했다. 그는 “늦어도 추석 전까지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하고 지도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이 내년 총선 1야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손 대표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용퇴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가 물러난 후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오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바른미래당의 당헌당규상 손 대표가 자진사퇴를 끝내 거부할 경우, 비당권파로서는 손 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길 초조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다. 오 원내대표는 “의견이 모아지면 손 대표계 (사퇴를)간곡히 요청드리고 자 한다”며 “지역위원장과 혁신위원장을 중심으로 (손 대표에 대한)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두 번째 계획 이른바 ‘플랜B’를 실행할 것이라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비당권파가 한국당 입당 외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본다. 또 탈당할 경우 100억원에 달하는 당 자산을 두고 나가야 한다는 점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다. 제3지대 구성 역시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오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성장 폐기 및 혁신성장으로 전환 △경제대토론회 재논의 △한미공조 바탕으로 북의 완전 비핵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검찰 고발 등도 함께 언급했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날 오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기승전-손학규 퇴진 아니냐. 거기에 대해서는 얘기할 게 없다”며 “(회견의)자세한 내용은 못 들었다. 안 들어도 뻔할 거라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당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자회견에서 말하지 않았냐. 우선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에게 같이 참여하자 제안을 했고, 당을 추슬러 총선 승리의 길로 나가자 할 것”이라며 “유 전 대표도 한국당과 합치지 않겠다 했다. 바른미래당을 제대로 살려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당권파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원외 지역위원장 30여명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원내대표를 규탄했다. 이들은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는 더 이상 당대표를 흔들지마라. 그리고 깨끗하게 자신들의 갈 길을 가길 바란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