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피했을 뿐"..삼성 경영시계는 여전히 '안갯속'

by윤종성 기자
2017.01.19 15:11:10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그룹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출입을 하는 모습[사진=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그룹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삼성을 겨냥한 박영수 특검팀의 전방위적인 압박 수사가 계속되는 데다, 여전히 이 부회장의 혐의가 남아있는 상태라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벼랑 끝’에서 간산히 생환해 한시름 놓았지만,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는 걷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삼성 관계자는 19일 “(이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면해 업무를 보면서 조사와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됐지만, 완전히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면서 “최악을 피했을 뿐, 회사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지연된 그룹 현안을 조금씩 챙길 전망이다. 하지만 그 동안 미뤄진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인사, 채용 계획 등에 손을 대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을 겨냥한 특검 수사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70일로 정해져 있는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2월 말까지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30일간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특검 수사 기간 동안에는 이 부회장이 극도로 제한적인 경영 활동만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년 새해가 밝은 지 20일이 지났지만, 삼성은 아직 올해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통상 12월 1일에 하는 사장단 인사는 물론,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모두 미뤄진 상태다. 3월에 시작하는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투자, 인수합병(M&A), 신사업 등도 현재로썬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미 이번 사건을 전세계 주요 외신들이 대서특필하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관계 없이 삼성의 신인도는 크게 떨어졌다. 일부 외신은 삼성이 갤럭시노트7 때보다 심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겪고 있다고 평했다.

다보스 포럼은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명단에서 4년 만에 삼성전자를 뺐다. 법원 판결에 따라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PA)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신인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총수 역할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이 출국금지 조치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삼성이 이르면 상반기에 내놓겠다고 밝힌 지배구조 개편방안 역시 그대로 실행될 지 확신하기 힘들다. 현재로썬 중장기적인 큰 그림보다, 당장 비상경영체제를 짜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해체를 공언했던 그룹 미래전략실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관계자는 “최장 3월말까지로 예상되는 특검 수사 기간 중에는 경영 현안보다는, 수사 대비가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시계 제로 상황은 여전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