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쇼크`에 제약株 거품 빠진다…옥석가리기 나설듯

by박형수 기자
2016.10.04 16:22:48

신약 개발 리스크 부각
R&D 비중높은 종목 고평가 논란
이익내는 바이오·제약주 주가 상승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한미약품 쇼크`가 치솟은 제약·바이오주(株) 몸값을 적정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익규모가 작더라도 전체 매출액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신약 개발업체에 대한 과도한 투자비중이 조정되면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제약사가 부각되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한 한미약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8.6배에 이른다. 유한양행과 녹십자 등 국내 대형 제약사 PER이 20~30배 수준인 것을 고려해도 한미약품은 증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셈이다. 세계적 제약사 제넥텍 얀센 일라이릴리 사노피 등과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규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에만 총 9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미약품에 증권가는 환호했고 단계별 임상시험은 당연히 성공할 것으로 여겨졌다. 글로벌 제약사가 대규모 계약금을 걸었을 땐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기관투자가도 적지 않다. 지난해 국내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상위권이었던 메리츠코리아펀드도 한미약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 후보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막연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투자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약 개발 기대로 올랐던 제약주가 급락하면서 기관 로스컷(손절매) 우려도 커졌다. 신약 개발 위험성이 주목받으면서 제약업종내 실적 개선주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신약 개발주보다는 실적주 중심의 (보수적) 투자를 권한다”며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에스티팜과 대표적 실적주인 휴젤, 케어젠 등에 관심을 둘 때”라고 조언했다. 실제 제약·바이오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한 이날 에스티팜과 휴젤 주가는 각각 3%, 2% 가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