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15.01.22 18:04:04
국회 기재위원들 비판
"형평성·법적 안정성 저하"
소급 입법과정 가시밭길 예고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논란에 ‘소급적용’ 카드로 성난 민심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연말정산 소급적용이 법적 안정성 문제는 물론 조세형평성 시비와 납세의식 저하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회 기재위는 다음 달 4일 오후 상임위를 소집,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벌일 예정이어서 앞으로 소급 입법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국회 기재위원들은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세법에 따라 연말정산이 시행됐는데, 이미 지나간 세금에 대해 사후에 세법개정을 통해 환급해 주면 조세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22일 “법을 만들면서 소급적용을 안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납세자에게) 혜택을 주든, 불이익을 주든 법치주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엄연한 법치국가에서 법이 만들어졌으면 법을 먼저 지켜야 하고 해보고 나서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다시 보완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조세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누리당 기재위원인 이만우 의원은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4월 입법 처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도 “나중에 소급적용할 때 형평성 시비가 굉장히 많이 불거질 것”이라며 “누구는 (환급)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는 상황이 돼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위 소속 야당의원들도 연말정산 소급적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원칙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조세형평성을 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당·정의 이번 연말정산 소급적용 합의는 ‘땜질식’ 미봉책에 불과하고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5월 예정인 종합소득세 신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위는 다음 달 4일 최 부총리를 불러 현안질의를 벌여 현행 소득세 체계의 문제점을 따질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밀하게 부작용을 따져보고 신중히 바꿨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정부가 세수를 좀 늘려야겠다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 차원의 청문회가 필요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정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4자 긴급논의기구’ 구성도 제안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윤 의원은 “2013년 세제개편 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수 추계는 엉망진창인 추계였거나 증세의도를 숨기려고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밀한 검증과 조사 청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