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쪼개기 미운털 박힐라…회사 합치는 상장사들
by김응태 기자
2022.10.17 16:48:05
코스닥 회사합병 공시건수, 전년비 30%↑
다우데이터, 올해만 자회사 3개 합병
회사분할 소액주주 반감 확산에 합병 선회
IPO 및 투자 시장 위축도 영향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분할된 자회사를 합병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회사쪼개기 이슈로 소액 주주들의 반감이 높아지면서 주가 하락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투자 시장 악화로 분할된 기업에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회사합병을 결정한 상장사의 공시건수(스펙합병 제외, 공시정정일 기준)는 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88건) 대비 10.2% 증가한 수준이다.
코스닥 업체들이 회사합병에 적극적인 나서고 있다. 올해 코스닥 기업의 회사합병 공시건수는 69건으로 전년(53건) 대비 30.2% 늘었다. 이와 달리 코스피 기업들의 올해 회사합병 공시건수는 28건으로 전년(35건) 대비 20.0% 감소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1월1일~10월17일, 스팩합병 제외 및 공시정정일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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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이상의 자회사를 합병하는 코스닥 업체가 여럿 등장했다. 정보기술(IT) 솔루션 전문기업인 다우데이터는 하반기에만 3개의 자회사를 합병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영위 중인 자회사 나이스택스리펀드를 다우데이터에 흡수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대지하이테크시스템, 소프트웨어 자문회사인 디이스터 등의 합병 결정을 연달아 알렸다.
코스닥 상장사인 네오위즈(095660)와 한국테크놀로지(053590) 등도 각각 올해 2곳의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네오위즈는 지난 6월 경영 효율성 극대를 목적으로 자회사인 메타라마를 흡수합병하겠다고 알렸다. 8월에는 완전자회사인 네오위즈겜프스 흡수합병 결정을 공시했다.
한국테크놀로지 역시 지난 3월 자회사 한국인베트스트먼트뱅크에 이어 이달에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두 자회사 합병에 대해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이 올 들어 자회사 흡수합병에 주력하는 것은 회사쪼개기에 대한 시장의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상장사들은 핵심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물적분할과 분할자회사 상장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자회사 상장 시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분할을 예고했던 기업들은 소액주주 반발에 막혀 분할을 철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CJ ENM(035760)은 지난해 11월 예능, 드라마 등 주요 제작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올해 3월 공식 철회했다.
지난달에는 풍산(103140)이 방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려 했지만 소액주주들의 의견과 시장 안정을 고려해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DB하이텍(000990)도 반도체 팹리스(fabless) 사업 분사를 검토했지만, 소액주주들이 이에 반발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이달에는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분할 상장하려던 계획을 회수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 투자 유치가 어려운 점도 상장사들이 분할 대신 합병으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회사들의 문어발식 상장이 사회적으로 어려워진 점과 더불어 지금은 기업공개(IPO) 시장 악화로 상장이 쉽지 않은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국면에선 피인수기업에 대해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분할 대신 합병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