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 혹한기 오나…디파이 예치금 67% 쪼그라들어

by김국배 기자
2022.06.16 17:23:22

긴축 정책 속 대출 서비스 '셀시우스' 사태까지
작년말 309조 달했던 디파이 예치금 100조원대로 감소
코인베이스 직원 18% 감원
일부 기업들 오히려 적극 채용 "코인베이스 해고인력 흡수하겠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 채용 예정대로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미국의 긴축 정책 속 이더리움(ETH) 파생상품 문제 등 잇단 악재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까지 인력 감축에 나서자, 암호화폐 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올해 채용 계획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6분 비트코인 가격은 2만1965달러다. 24시간 전보다 3% 반등했지만, 일주일 전에 비하면 27% 이상 내렸다. 연초 대비 반 토막이다. 7만달러를 바라보던 비트코인은 2만달러선을 지킬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 예치된 자금 규모도 작년 말 2400억달러(309조6000억원)에서 현재 780억달러(100조6200억원) 수준으로 67% 넘게 쪼그라들었다.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9434억달러)도 1조달러에 못 미친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는 건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여기에 한국산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과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 셀시우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신뢰 위기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셀시우스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다른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서비스다. 셀시우스는 리도파이낸스가 발행한 stETH(이더리움 2.0 스테이킹에 이더리움을 맡기고 증거로 받는 토큰)를 담보로 맡기면 이더리움을 대출해줬다.



최근 수개월간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해 받은 stETH를 대출 업체에 맡기고 이더리움을 대출받아 다시 stETH를 지급받은 뒤 이더리움을 또 다시 대출받는 레버리지가 성행했다. 그러다 stETH 매도 압력이 증가하면서 연쇄 청산 우려가 시장에 번지며 암호화폐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코빗은 전날 낸 ‘stETH 디페깅 및 ETH 가격 하락 현상’ 보고서에서 “레버리지가 과도하거나 유동성 관리가 미약한 운용업체들의 자산이 강제매매 대상이 되며 암호화폐 시장의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코인베이스가 전체 인력의 18%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기 침체는 암호화폐 겨울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겨울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는 올 초만 해도 2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뽑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급반전했다. 전체 직원수가 약 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1100명 정도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다른 거래소인 제미니도 10%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오히려 채용 규모를 늘리는 기업들도 보인다. 그만큼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에 참가한 암호화폐 채굴 기업 파운드리는 부스에 “최근 업계 고용 중단 등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채용을 진행 중”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코인베이스에서 해고된 인력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대표 거래소들도 연초 계획대로 채용을 진행한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최근 홍보 분야 인력도 강화 중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올해 채용 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큰 변동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