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크라 침공 전략 실패한 러시아와 거리둘 것”

by신정은 기자
2022.04.06 16:37:46

하슬램 케임브리지대 교수 FT 기고문
"푸틴 치명적 실패에 시진핑 당혹스러워"
중국, 러시아와의 ''동맹'' 가능성에도 선그어
"중 국영 매체, 민간인 사상 보도하기 시작"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서방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나단 하슬램 케임브릿지대 명예교수는 기고문에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치명적인 실패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점령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중국이 거리를 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는 곤경에 처했을 때만 손을 벌리는 나라”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 중국과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중국이 아직도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하슬램 교수는 “시 주석은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양국의 밀월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군사 동맹’을 공식화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서방과 관계에 많은 것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가 1470억달러 수준이지만, 유럽연합(EU) 및 미국과 교역액을 합치면 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또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고, 항공모함 등 군사 장비를 구매해오며 관계를 강화해왔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과 서방 간의 상업적 관계에 대한 잠재적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냐”고 반문하면서 중국이 경제적 피해를 감안해 서방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는 중국이 러시아와 가까운 것처럼 보였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국이 개입하면서 분위기가 바꿨다”며 “중국의 국영 매체 CGTN은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보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쥔(張軍·사진) 주유엔 중국대사는 민간인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부차 학살’ 등에 대해 “결론이 나기 전에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러시아를 두둔하면서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젊은 시절 중국과 소련의 갈등에 대한 기억 때문에 러시아와 무조적인 연대를 하지 않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더라도 서방국과 관계를 강화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중국 공산당이 푸틴 대통령을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관리들의 교육자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