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사라진 머지플러스 건물…스타트업 법률 자문 환경도 개선돼야
by이후섭 기자
2021.08.18 17:43:06
18일 오전 적막한 분위기의 건물…“사무실에 직원 없어요”
“선불업자 이슈는 계속돼…법률검토 제대로 안 한 듯”
전금법 개정 시급…“스타트업 법률 자문 환경도 개선해야”
|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건물 2층 사무실에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이후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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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대규모 환불 소동으로 논란이 된 머지플러스가 서비스를 중단한데 이어 직원들마저 제대로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업 등록을 서둘러 올해 4분기 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환불 여력은 충분한지 등 회사의 자금 사정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번 사태로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스타트업(초기벤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에 찾은 머지플러스 건물은 적막한 분위기였다. 지난 13일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건물 입구와 엘리베이터 문, 비상계단 곳곳에는 환불정책 및 방역지침에 협조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머지플러스 사무실에는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혹시 모를 물리적 사태를 위해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사무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2층 사무실에만 불이 켜져 있고 인기척이 났지만, 나머지 4~5층 등의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한 용엽업체 직원은 “현재 머지플러스 직원들은 (사무실에)없는데,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며 “오늘 환불을 요청하며 찾아온 고객들도 없었다”고 말했다.
머지플러스는 권남희 대표가 동생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CSO)와 설립한 회사로, 지난 2017년 머지홀딩스를 세웠다가 연초 폐업 신고를 하면서 머지플러스와 합병했다. 지난해 말 기준 머지플러스의 자본금은 30억3000만원이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해서 대형마트,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현금 대신 쓰는 일종의 상품권으로,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 입소문을 타면서 100만명까지 사용자가 늘어났다. 머지플러스 정액권을 구입해서 6만여개 가맹점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누리는 구독형 서비스도 제공중이다.
하지만 머지플러스의 수익구조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전자금융거래법상 미등록한채 영업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나서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할 필요가 있다고 가이드를 내렸다.
금감원 디지털금융감독국 관계자는 “당국도 머지플러스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논란이 커지면서 머지플러스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살펴봤다”며 “중간에 여러 복잡한 구조를 가졌지만, 최종적으로 발행사와 소비자 가맹점 간의 관계가 형성된 상품권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머지플러스 측은 회사의 사업이 모바일 상품권 발행업이라고 생각해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포인트 관련 사업에는 항상 선불업자에 대한 이슈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머지플러스가 법률검토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금법에서는 △2개 이상의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되는 선불 수단이고 △발행 잔액이 30억원 이상이면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결국 위법 행위를 피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전금업 등록 시까지 이용 가능한 업종을 `음식점업`으로 축소 운영키로 했다. 머지포인트 판매를 중단했고, 구독형 서비스인 머지플러스 이용도 임시 중지했다.
이번 사태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전금업에 등록된 업체가 아니면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어 미등록 업체는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금감원은 뒤늦게 선불업자 65개 업체에 대한 실태를 재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지난해 9월 마련된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항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고객 자금을 외부신탁하거나 보증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해 선불충전금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전금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관련 법안은 9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법률 자문 환경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핀테크를 포함해 다양한 업종에서 플랫폼 사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머지플러스의 경우 규모가 커지면서 전금업 등록을 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스타트업들도 적극적으로 법률 검토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예산을 지원해 스타트업 협·단체들이 내실 있는 법률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