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朴·吳 정책 온데간데…남은 건 생태탕과 페라가모

by권오석 기자
2021.04.06 16:32:32

정책·비전은 실종하고 네거티브만 난무
내곡동 측량 의혹 관련 생태탕·페라가모 이슈만 부각
'내가 못해도 상대가 넘어지면 이긴다'식 정치의 한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1000만 서울시민의 민생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장을 선출해야 하는 선거판에서 남은 건 ‘생태탕’과 ‘페라가모’뿐이었다. 후보의 정책과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로만 점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시장 보선 D-1일인 6일까지도 여야는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6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땅 의혹과 관련, “오 후보가 신었다는 페라가모 로퍼 신발의 사진을 찾기 위해서 네티즌들이 총출동 했다. 드디어 어떤 분이 사진 한 장을 찾아서 올리셨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 9월 동대문서울패션센터 개관식에 참석 시 오 후보가 그 페라가모 신발을 신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2005년 6월 논란의 내곡동 생태탕집을 방문했을 당시 오 후보가 ‘페라가모 로퍼’를 신었다는 증언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다만 생태탕집 아들 A씨가 언론에 말한 신발이 하얀색인 반면, 사진 속 신발은 검은색이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생태탕집 주인과 그 아들이 출연했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관련, “아니면 말고식 생태탕집 인터뷰를 감행한 김어준에 대해 누구는 뉴스공작이라고도 하는데 선관위는 즉각 선거법 위반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떳떳하면 실명을 밝히는 게 당연한데 굳이 익명으로 한다니 공작의 냄새가 진동한다”고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여야의 네거티브가 과열되면서 양측간 고소·고발은 20여건에 육박하는 정도다. 물론 네거티브는 선거전에서 전략의 일환이며, 지지층을 결집하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사수하느냐, 아니면 교체하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길목이기에 여야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언뜻 이해는 간다.

그러나, 현 상황은 유례없는 코로나19로 모든 시민이 지쳐있다. 이번에 당선될 서울시장은 사실상 ‘소방수’ 역할을 해야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고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기회가 시민에 주어져야 하지만, 난무하는 네거티브에 정책 검증은 가려졌다. ‘내가 잘하지 못해도 상대를 쓰러뜨리면 이기는 게임’이라는 식의 사고는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