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 작가 "역사 속 사건 추리…새롭고 즐거워"
by이윤정 기자
2018.06.26 15:25:25
장편소설 '구월의 살인' 출간
2년만 신작…14번째 장편소설
"독자들 몰입 위해 '추리기법' 시도"
"운명에 저항하는 인물 좋아해"
| 소설가 김별아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간담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해냄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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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예전에는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끌어내 주제 의식을 가지고 글을 썼다면 이번엔 새롭게 ‘추리기법’을 시도해봤다. 독자들이 사건 속으로 끌려들어와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베스트셀러 ‘미실’로 잘 알려진 김별아(49) 작가가 장편소설 ‘구월의 살인’으로 돌아왔다. ‘탄실’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14번째 장편소설이다. 김 작가는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문학과 출판의 위기 속에서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역사의 기록 속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이번 소설을 쓰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구월의 살인’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더했다. 효종 즉위년(1649년)을 배경으로 조선 사회를 뒤흔든 여종 ‘구월(九月)’의 살인사건 이야기를 다룬다. 남편의 원수를 갚겠다며 주인 태길을 직접 찔러 죽인 사건이다. 사건의 주범과 그를 돕는 조력자들의 이야기, 사건 이면의 진실을 좇는 이의 시선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발견한 한 줄의 내용에서 출발했다. 이후 ‘승정원일기’에서 구월의 살인과 관련한 39개의 기사를 발견했다. 한 사람의 사형수 처형 문제를 조정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논의한 건 예외적인 일이라 주목하게 됐다.”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 뒤 복수를 시작하는 ‘사적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배경에는 근대의 문턱에서 ‘양란(임진왜란·병자호란)’ 이후 급격하게 보수화되는 조선사회가 있다. 김 작가는 “지금 우리사회도 법이 있지만 사적으로 복수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여전히 팽배해있다”며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개인이 어떤식으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5년에는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고, ‘미실’이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소재가 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김 작가는 특히 우리 역사 속 인물들 이야기에 천착해왔다.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 ‘백범’ ‘열애’ 등의 소설을 통해 실존인물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운명에 저항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에 끌린다고 했다.
“파멸이나 예정된 실패가 있을지라도 운명을 거스르고 끝까지 달려가는 인물을 좋아한다. ‘구월’도 사실 그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한거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복수를 위해 실행에 옮겼다. 노비로서의 자기 운명에 저항한 것이다. 거대 역사 속에서 누락되거나 다른 작가들이 보지 못하는 인물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려 한다.”
새로운 시도지만 ‘추리기법’은 즐거운 작업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국 추리소설의 대가인 아가사 크리스티를 좋아했고, 범죄수사 드라마 CSI도 굉장히 좋아한다. 법의학 책도 많이 봤는데 드디어 써먹을 수 있게 됐다. 하하. 추리에서는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패를 안 보여주려고 독자와 밀당을 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문학계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출판계가 위기라곤 하지만 열심히 글쓰는 작가들도 있으니 한국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소설가 김별아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간담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해냄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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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별아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간담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해냄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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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별아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해냄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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